(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카탈루냐가 스페인 중앙 정부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분리독립 선언을 강행할 태세를 보이며 양측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카탈루냐에 기반을 둔 스페인 주요 은행들이 본사를 옮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dpa통신 등에 따르면 자산 규모로 스페인 4위 은행인 사바델은 5일(현지시간) 오후 특별 이사회의를 열어 본사 이전 방안을 검토한다.
이 은행 관계자는 본사 이전은 주주 총회를 거치지 않아도 되고, 고객들에게 아무런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이날 이사회에서 이전 여부가 결정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본사 이전 후보지로는 수도 마드리드, 오비에도 등이 꼽히고 있다.
본사 이전이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에 바르셀로나에서 북쪽으로 25㎞ 떨어진 사바델에 본사를 둔 이 은행의 주가는 이날 폐장 직전 기준으로 3.2%까지 치솟았다.
이 은행과 역시 카탈루냐에 본사를 둔 카이사방크의 주가는 전날 카탈루냐 분리독립에 대한 불안감에 각각 5% 가까이 폭락했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페인 3위 은행인 카이사방크도 정치적 불안 가중에 따라 본사 이전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은행에 앞서 치과용품 제조업체인 프로클리닉 엑스퍼트, 통신 기업 에우로나, 바이오기술 기업인 오리존 제노믹스 등은 이미 카탈루냐에서 스페인 다른 지역으로 본사를 옮긴 바 있다.
경제학자인 로렌조 베르날도 데 퀴로스는 "카탈루냐가 계속 분리독립을 밀어붙일 경우 사바델과 카이사방크를 시작으로 카탈루냐에는 경제와 금융에 있어 거대한 쓰나미가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카탈루냐 상공회의소의 호아킴 가이 데 몬테야 회장 역시 "일방적인 독립은 카탈루냐와 스페인 경제와 사업 전반에 실수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오리올 훈케라스 카탈루냐 경제장관은 "사업체의 엑소더스(대탈출)가 일어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걱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스페인 전체 총생산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는 카탈루냐는 스페인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 중 한 곳으로, 세아트, 니산 등 다국적 기업 다수를 품고 있다.
한편, 카탈루냐 자치의회가 오는 9일 전체회의를 열어 분리독립 안건을 표결하기로 한 가운데, 스페인 법원이 5일 이를 취소하도록 명령해 귀추가 주목된다.
카탈루냐 정치인들이 법원의 금지 명령을 무시하고 회의를 강행할 경우, 카탈루냐의 분리독립 시도에 강경 대응을 천명한 스페인 정부는 카탈루냐 주정부 지도자의 체포 등에 나설 가능성도 있어 양측의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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