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5일까지 불인증 또는 판단유보시 의회로 '공' 넘어가
의회, 60일 안에 제재 재개 결정…의회도 유보하고 트럼프에 다시 넘길수도
'핵협정 개정' 위한 엄포 전술 관측…불인증 확정시 북핵 해결에도 악재
(워싱턴=연합뉴스) 이승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주 이란의 핵협정이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이란의 핵협정 준수에 대한 '불인증'을 선언할 계획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소식통들을 인용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2∼15일께 이런 내용을 담은 포괄적인 대(對) 이란 전략 관련 연설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협정 '파기'를 위협하는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사실상 재협상을 통한 개정을 위한 엄포전술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란 핵협정은 2015년 7월 이란과 미국·영국·프랑스·독일·중국·러시아 등 주요 6개국과 이란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서방은 이란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의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을 뜻한다.
협정 타결 이후 제정된 코커-카딘 법에 따라 미 행정부는 이란이 JCPOA를 제대로 준수하는지를 90일 마다 평가해 의회에 제출해야 하며, 의회는 이를 근거로 대(對)이란 제재 면제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
다음 평가 기한은 오는 15일로 열흘 밖에 남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까지 이란의 핵협정 준수를 인증하지 않거나 아예 판단을 유보하면 의회는 60일 안에 이란에 대한 제재를 재개할지를 결정하게 된다.
다만 의회 역시 판단을 유보한 채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시 공을 넘길 수 있다.
현재 의회 내에서는 이란 제재를 재개할 경우 이란이 핵협정 철회 등으로 맞서면서 이란 비핵화를 위해 들여온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데 대한 우려도 적지 않아 어떤 결정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만약 의회도 판단을 유보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를 재개할지, 개정을 위한 재협상을 할지, 핵협정을 철회할지 등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WP는 "이 조치로 지난 2015년 미국이 서방 5개국과 함께 맺었던 이란의 핵활동 제한을 위한 협정이 깨질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백악관은 지난 7월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타결된 이란 핵협정을 이란이 준수하는지에 대한 정부의 판단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협정이 '나쁜 협상'이었다고 생각한다는 점을 매우 명확히 해왔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부터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체결된 이 협정을 '최악의 합의'로 혹평하면서 집권 후 폐기하겠다는 입장을 누차 밝혔지만, 취임 이후엔 이미 두 차례나 이란의 핵협정 준수를 인증하고 제재 면제를 연장한 바 있다.
특히 지난달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는 이란을 북한과 함께 불량 국가로 지목하면서 핵 합의 파기 가능성을 다시 언급하면서 이란 제재가 재개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미국 조야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협정을 유리하게 개정하기 위한 재협상을 위해 특유의 '엄포 전술'을 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최근 '재협상 불가' 방침을 선언한 것도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류를 읽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적지 않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핵 합의 준수를 인증하지 않는다고 선언할 경우 이는 북한 핵 문제 해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외교적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에 최대 걸림돌로 북한과 미국 사이의 '불신'이 지적되는 상황에서, 비교적 모범 사례로 거론돼온 이란 핵 협상이 폐기 위기에 놓인다면 미국에 대한 북한의 불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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