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자신에 대한 반대시위를 피하려고 고지 없이 거리 유세 장소를 바꿨다가 "도망쳤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6일 요미우리신문, 마이니치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오는 22일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5일 오후 가나가와(神奈川)현 가와사키(川崎)시 신유리카오카(新百合ヶ丘)역 앞에서 거리유세를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이 역에서 네 정거장 떨어진 무코가오카유엔(向ヶ丘遊園)역으로 거리 유세 장소를 변경했다.
이는 이 지역 자민당 전직 의원 사무소가 홈페이지에 아베 총리가 응원차 올 것이라고 공지하자 SNS 상에 "야유를 하러 가겠다"는 등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기 때문이라고 신문들은 전했다.
마이니치는 아베 총리의 갑작스러운 유세 장소 변경의 배경에 지난 7월 1일 도쿄(東京)도의회선거 유세 과정에서 겪은 '아키하바라(秋葉原) 쇼크'가 있다고 전했다.
당시 아베 총리는 자신의 친구가 이사장인 사학재단이 특혜를 받는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가케(加計)학원 스캔들과 측근들의 비위·실언과 관련한 비난을 피하려고 거리에서 지지연설을 하지 않다가 선거운동 마지막 날 처음으로 거리유세에 나섰다.
하지만 유세 일정이 미리 알려진 탓에 현장에는 반(反)아베 시위대가 몰려왔고, 아베 총리는 "돌아가라", "물러나라" 등의 야유를 들어야 했다.
아베 총리는 시위대를 향해 "이런 사람들에게 져서는 안 된다"는 오만한 발언을 했고, 이는 도쿄도의회선거 참패의 원인 중 하나가 됐다.
자민당 전직 의원 사무소 관계자는 "총리에 비판적인 분들이 올 것이라는 정보가 있어서 안전하게 연설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있었다"며 "총리의 경비를 위해 마지막까지 장소 변경을 청중들에게 고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지 없는 장소 변경에 대해 이 사무소 관계자들은 원래 유세를 하게 돼 있던 신유리카오카역 앞에서 청중들에게 머리를 숙이며 사과하고, 장소를 변경한 이유를 묻는 항의성 전화에 시달려야 했다. SNS 상에는 "총리가 도망쳤다"는 내용의 비판 글이 잇따랐다.
아베 총리는 장소를 옮겨 실시한 유세에서 "북한의 위협에 적극 대응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북풍(北風)몰이'에 나섰다.
일본 언론은 유세장에 많은 사람이 모이지는 못했지만 "총리", "아베"라는 환호성이 흘러나왔고, 아베 총리는 유세차에서 내려 웃으면서 지지자들과 악수하거나 손을 들어 손바닥을 마주쳤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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