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 핵무기 없는 세상을 꿈꾸는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이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한 것이 미국은 아마도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이 비정부기구(NGO) 연합체를 수상 주체로 선정한 것은 핵 분쟁이 정치 의제를 지배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논리적 조처로 보인다면서 이같이 분석했다.
이 매체는 무엇보다 ICAN이 성안, 지난 7월 유엔이 채택한 핵무기금지협약의 서명국 명단에 미국과 미국이 주도하는 집단안보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 모두가 포함되지 않을 것을 그런 판단의 주요 근거로 들었다.
그러고는 ICAN의 수상은 핵무기금지협약에 서명하지 않은 나토와 여타 서방국가들에 '핵무기 없는 세계를 막는 것은 북한 같은 불량국가들만이 아니다'라는 메시지일지 모른다고 짚었다.
핵무기금지협약은 미국과 러시아 등 핵보유국의 지위를 실질적으로 인정했던 기존 핵확산금지조약(NPT)와는 다른 것으로, 핵무기의 전면 폐기와 개발 금지가 핵심 내용이다. 지금껏 이 협약에는 53개국이 서명했고, 그 가운데 국내 비준을 완료한 국가는 가이아나와 교황청, 태국 등 3개국뿐이다.
또 미국, 러시아와 함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국, 영국, 프랑스 역시 협약에 불참했고 핵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지만, 공식 핵보유국 지위가 없는 인도, 파키스탄, 북한의 경우 협약 채택을 위한 유엔 총회의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WP는 이 협약이 핵무기 또는 다른 핵폭발 장치를 불허하기 때문에 미국과 영국 같은 나토 회원국이 이에 서명하면 핵무기를 포기해야 한다면서 나토는 잠재적 적국에 맞선 억지력으로 핵무기에 의존하므로 앞으로도 이들 국가가 서명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자국에 핵무기가 배치되어 있고 미국의 핵우산 아래 놓여 있는 독일 역시 "핵무기는 (적대국을 상대로 한) 핵 균형 유지의 관건"이기 때문에 핵무기금지협약에 반대한다고 WP는 덧붙였다.
이와 관련, 독일 킬 대학 정치학자 마르첼 디르주스는 지난달 총선 때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경쟁자였던 사회민주당 마르틴 슐츠 당수가 독일에 배치된 미국 핵무기를 모두 없애겠다고 공약했다고 WP에 전하고 "독일사람들은 핵무기를 반대할지 모르지만, 독일 정부는 핵무기가 국가안보의 관건인 것을 안다"고 말했다.
WP는 미국 버락 오바마 전임 정부가 2009년 러시아와 서로 배치된 핵탄두 숫자를 제한하는 데 합의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깎아내렸다가 추후 미국 정부 관리들이 그런 평가를 철회한 사실과 북한의 핵실험 위협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몇 년간 핵전쟁 위험이 두드러지게 커졌다. 트럼프가 우리 모두를 파괴할지 모를 핵전쟁을 시작할 수 있다는 따위의 두려움을 가지고 살 순 없다. 트럼프의 손에 우리의 안보가 좌우되도록 두어서는 안 된다"라는 베아트리체 핀 ICAN 스웨덴 집행이사의 촌평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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