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눈앞인데…오스트리아 집권당 삼킨 '가짜 페북' 스캔들

입력 2017-10-08 21:45  

총선 눈앞인데…오스트리아 집권당 삼킨 '가짜 페북' 스캔들

사민당 前당원이 상대 정당 비방 페북 주도 들통…이달 총선 패배 전망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이달 15일(현지시간) 치르는 총선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오스트리아 집권 정당인 사회민주당(SPOe)이 '가짜 페이스북(페북)' 스캔들로 휘청거리고 있다.

상대 정당을 비방하는 가짜 페북들은 사민당의 실질적 리더인 크리스티안 케른 총리의 참모였던 탈 질버스타인이 주도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국민당(OeVP)과 제바스티안 쿠르츠 국민당 대표를 겨냥한 '가짜 페북'은 지난달 온라인상에 등장했다.

'제바스티안 쿠르츠의 진실'이라는 제목의 페이스북 페이지는 쿠르츠가 국경을 열고 난민을 받아들이려 한다면서 미국인 부호인 헝가리 출신의 유대인 조지 소로스와 협력 관계에 있다고 비난했다.

조작된 사진, 영상도 함께 올라왔는데 반(反)난민 감정과 반유대주의를 자극해 논란이 됐다.

가짜로 드러난 또 다른 페이스북 페이지는 쿠르츠가 난민 유입을 막으려고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 국경을 폐쇄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가짜 페북과 반대 내용으로 극우, 우파에 반감을 품은 유권자들을 겨냥한 것이었다.

이스라엘 출신인 질버스타인은 오스트리아에서 금기사항인 반유대주의까지 자극하면서 쿠르츠를 비방해 충격을 줬다.

질버스타인은 올해 8월 돈세탁 혐의로 이스라엘에서 체포됐는데 오스트리아 언론에 따르면 그 이후에도 질버스타인이 관리했던 팀은 비방 캠페인을 계속했다.

케른 총리는 자신과 당은 가짜 페북 스캔들과 무관하다면서 중상모략은 비도덕적이고 매우 어리석은 선거 운동 방법이라고 비난했다.




정치분석가인 볼프강 바흐마이어는 최근 일간 쿠리어 인터뷰에서 "케른은 더는 기회를 얻지 못할 것이다"라며 총선에서 사민당의 패배를 예상했다.

중도 좌파 사민당과 중도 우파 국민당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줄곧 연정하면서 오스트리아를 끌어 왔는데 올해 5월 연정을 깨며 조기총선을 결정했다.

당시 지지율이 바닥에 있던 국민당은 외무장관인 31세의 쿠르츠가 당 대표로 등장하면서 30%대로 지지율 1위에 올라섰다.

사민당은 이달 3번의 여론조사에서 극우 자유당(FPOe)에도 두 번 밀리면서 제2당 자리도 위태로운 상황이 됐다. 당은 난민 수용 문제를 놓고 의견이 갈리는 등 내분 상태에 있다.

총선 선대본부장이었던 게오르크 니더뮐비힐러는 가짜 페북 스캔들의 책임을 지고 지난달 30일 사퇴했다.

그의 후임인 크리스토프 마츠네터는 선대본부장을 맡으면서 "우리는 쓰나미 한가운데에 있다"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minor@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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