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서울=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김아람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미국프로풋볼(NFL) 선수들이 '무릎 꿇기' 시위를 하면 경기장을 떠나라고 지시하는 등 NFL 선수들과의 갈등을 재점화시켰다.
미국 언론들은 8일(현지시간) 일부 NFL 선수들이 국가 연주 때 '무릎 꿇기' 행동으로 국민의례를 거부하자,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경기 관람석을 박차고 나갔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아내 캐런과 함께 인디애나 주에서 열린 인디애나폴리스 콜츠(Colts)와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49ers)의 NFL 경기장을 찾았다.
펜스 부통령 부부가 나란히 한쪽 가슴에 손을 얹고 국민의례에 동참하는 모습도 카메라에 잡혔다.
그렇지만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 선수 20여 명은 국가연주 때 한쪽 무릎을 꿇어 저항의 뜻을 드러냈고, 펜스 부통령은 곧바로 관람석에서 일어나 경기장 밖으로 나갔다.
국민의례를 거부하는 선수들의 경기는 관람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홈팀인 인디애나폴리스 콜츠 선수들은 '무릎 꿇기' 행동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펜스 부통령은 인디애나 주지사 출신이다.
펜스 부통령은 곧바로 트위터를 통해 이런 사실을 전하면서 "대통령과 나는 미 국가와 국기, 군인들에게 불경스러운 어떤 이벤트에 대해서도 예의를 갖추지 않을 것이므로 나는 오늘 콜츠 경기를 떠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NFL 선수들과 대립각을 세우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지지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무릎 꿇기로 조국에 무례를 보인다면 경기장을 떠나라고 펜스 부통령에게 지시해뒀다"면서 "펜스와 아내 캐런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애초 '무릎 꿇기'의 진앙 격인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 선수들의 퍼포먼스를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계산된 행동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경기장에 풀기자(공동취재기자)를 동행하지 않았으며, 한 부통령 측 관계자는 기자에게 펜스 부통령이 경기장을 일찍 떠날 수 있다고 알려줬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민주당 크리스 머피(코네티컷)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펜스 부통령의 경기 퇴장이 "납세자들이 부담한 수백만 달러짜리 정치적 곡예"라고 비판했다.
미국 보수성향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노먼 온스타인 연구원도 트위터를 통해 "오늘 펜스 부통령과 함께 가짜 애국심 조작의 새로운 국면이 전개됐다"며 "미리 계획한 포티나이너스 무릎 꿇기 후 콜츠 경기 조기 퇴장, 그리고 트윗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포티나이너스의 쿼터백을 지낸 콜린 캐퍼닉이 소수인종에 대한 경찰의 폭력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한쪽 무릎을 꿇는 퍼포먼스를 연출하면서 NFL 선수들의 국민의례 저항이 확산한 바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비속어를 써가며 비난하면서 '무릎 꿇기'에 나선 NFL 선수의 퇴출을 요구하기도 했다.
펜스 대통령의 경기장 퇴장 소동 후 NFL 선수협회는 선수들이 "평화적으로 의식을 제고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하며 '무릎 꿇기' 시위를 지지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우리 선수들과 그들의 가족은 지역사회에 계속 선한 힘이 되려는 양심적인 미국인이며, 일부는 관심이 필요한 이슈에 대한 의식을 평화적으로 제고하기 위해 그들의 플랫폼(경기장)을 이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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