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약 삼킨 감독·이름값 한 골잡이…이집트 '월드컵 한풀이'

입력 2017-10-09 10:14  

혈압약 삼킨 감독·이름값 한 골잡이…이집트 '월드컵 한풀이'

1990년 이탈리아 이후 28년 만에 감격의 본선행…결승골 살라 영웅으로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계속되는 비판에 스트레스로 고혈압약을 먹고 있습니다. 삶은 스트레스의 연속이지만, 월드컵 본선 진출 도전은 내가 직면한 가장 힘든 스트레스였어요."

9일(한국시간) 30년 만의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 이집트 축구대표팀의 엑토르 쿠페르 감독이 털어놓은 말은 월드컵에 대한 이집트의 오랜 '한'을 여실히 드러낸다.

아프리카 최강자를 가리는 네이션스컵에서 최다 기록인 7회 우승을 달성하는 등 대륙 내 강국을 자처하면서도 이집트는 월드컵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나라였다.

본선 진출은 단 2차례. 1934년 멕시코 대회와 1990년 이탈리아 대회뿐이다.

번번이 예선에서 미끄러지던 이집트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를 앞두고 절호의 기회를 잡았으나 최종예선에서 알제리와 승점·골 득실·득점·상대전적이 모두 같아 단판 승부 플레이오프까지 치른 끝에 0-1로 져 고배를 마셨다.

당시 알제리도 24년 만에 본선 진출에 도전하면서 '전쟁'에 가까운 승부가 펼쳐졌고, 경기장 밖에서도 양국 국민의 충돌이 발생하면서 '외교 분쟁'으로 번지기도 했다.

이후 이집트는 절치부심해 2014 브라질 월드컵에 다시 도전했지만, 최종예선에서 가나에 밀려 남의 잔치를 지켜봐야 했다.





2006∼2010년 3연패를 달성한 네이션스컵에서마저 2012∼2015년 3회 연속 본선 진출에 실패한 이집트는 2015년 부임한 아르헨티나 출신 쿠페르 감독과 함께 다시 월드컵 본선 문을 두드렸다.

인터 밀란, 발렌시아 등 유럽 유수의 클럽을 이끌며 잔뼈가 굵은 쿠페르 감독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이번엔 모하메드 살라(리버풀)의 활약이 있었다.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4골을 터뜨린 살라는 A매치 56경기에서 32골을 기록한 이집트의 대표적 골잡이다.

특히 9일 콩고와의 5차전에서 추가시간 페널티킥 결승 골 등 이집트의 2골을 책임진 것을 비롯해 3차 예선 5경기에서만 5골을 폭발하며 본선행을 이끌었다.

1992년생인 살라는 생애 처음으로 자국이 출전하는 월드컵을 경험하게 됐다.

오랜 기다림 끝에 월드컵 본선에 자국 대표팀이 나서는 걸 볼 수 있게 된 이집트 국민은 환호했다.

수도 카이로에선 거리에 시민들이 쏟아져나와 국기를 흔들고, 차 경적을 울리는 등 저마다의 기쁨을 표현했다. 이집트 시민혁명의 성지로 불리는 타흐리르 광장도 축구 열기에 휩싸였다.







대통령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대표팀의 '훌륭한 성과'를 격려하며 선수 당 150만 이집트 파운드(약 1억원)의 포상금 수여를 지시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두 번의 월드컵 본선에서 남긴 결과는 2무 2패. 30년 가까이 이어진 월드컵 갈증을 푼 이집트가 러시아에서도 제대로 된 한풀이를 벼르고 있다.

song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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