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막내 선착장서 미끄러지자 아버지·11살 형 바다에 뛰어들어
(진도=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아버지와 7살 동생이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보고 11살 초등생인 큰아들까지 바다에 뛰어든 것 같습니다"
추석에서 한글날로 이어진 열흘 연휴의 마지막 날인 9일 오전 11시 13분께 전남 진도군의 한 선착장에서 바다낚시를 즐기던 A(43)씨 가족에게 비극이 찾아왔다.
경기도까지 먼 귀경길을 앞둔 A씨는 연휴 끝자락의 휴식 삼아 낚싯대를 꺼내 들었다.
외가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뛰어놀던 두 아들도 A씨 뒤를 따라나섰다.
낚시하는 남편과 두 아들. 한가로운 휴일 풍경을 먼발치에서 지켜본 A씨의 아내는 손쓸 틈도 없이 사고가 이어졌다고 해경 관계자에게 전했다.
참변은 이끼 낀 선착장 경사로에서 막내가 미끄러지면서 시작됐다.
남편은 아들을 구하려고, 큰아들은 동생을 구하려고 차례로 바다에 몸을 던졌다.
주변 낚시꾼들의 '사람 살려'라는 외침에 현장에 있던 어선이 A씨 가족을 구하려고 배를 몰았다.
어선은 어린 형제를 차례로 건져냈지만, 형은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물속에 잠겨버린 A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잠수부에 의해 뒤늦게 구조됐다.
119구조대는 "현장에 도착했을 때 막내아들만 두 발로 바닷가를 걷고 있었다"고 전했다.
A씨와 큰아들은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가까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이날 선착장 주변 바다는 화창한 초가을 날씨 속에 잔잔한 물결을 보였다.
해경 관계자는 "주변에는 다른 낚시꾼들도 있었다"며 "참변이라는 말밖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해경은 목격자 증언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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