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 출신 감독과 영화인 골키퍼, 사상 첫 본선 진출에 포효
청소년 약물로 시름 하던 아이슬란드, 1998년 복지사업으로 생활 체육 활성화
전 국민이 체육 활동 참여…실업률 떨어지면서 엘리트 스포츠 인구도 늘어나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서울시 도봉구보다 인구가 적은 나라', 아이슬란드가 동화를 다시 쓰기 시작했다.
지난해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에서 8강 진출에 성공해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아이슬란드는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아이슬란드는 10일(한국시간) 2018 러시아월드컵 유럽예선 I조 코소보와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해 7승 1무 2패 승점 22점으로 크로아티아(승점 20점)를 제치고 조 1위를 확정했다.
치과의사 출신인 헤이미르 할그림손(49)감독, 영화감독 출신 골키퍼 하네스 할도르손(32) 등 유로 2016의 주역들은 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하자 다시 한 번 포효하며 기쁨을 마음껏 표현했다.
유로 2016을 통해 알려졌다시피, 아이슬란드는 총인구 34만 명에 불과한 소국이다.
서울시 도봉구(35만 명)보다 인구가 적은 데다 국토의 80%가 빙하 및 용암지대로 이뤄진 척박한 나라다.
자국 프로축구 리그가 없고 불과 7년 전까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112위에 불과했다.
최악의 환경 속에서 아이슬란드는 기적을 쓰고 있다.
아이슬란드는 지난해 사상 최초로 유럽축구선수권 대회 본선에 진출했고, 본선 무대에서는 16강에서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그리고 불과 일 년 뒤 월드컵 유럽예선에서 크로아티아, 우크라이나, 터키 등 만만찮은 상대들이 몰린 I조에서 독보적인 실력을 과시하며 러시아행 티켓을 따냈다.
'얼음과 화산의 나라' 아이슬란드가 유럽 축구 강국들을 누르고 러시아월드컵 진출에 성공할 수 있었던 까닭은 20년 전 발동한 국가 차원의 사회 복지 프로그램 덕분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갖는다.
아이슬란드는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청소년들의 약물 복용이 심각한 사회 문제였다.
현지 언론 아이슬란드 리뷰에 따르면, 당시 아이슬란드는 청소년들의 약물 남용과 흡연율 등이 유럽 내 최고 수준이었다.
아이슬란드 정부는 청소년 비행 문제 해결을 위해 1998년 국가 차원의 사회 복지 사업을 펼쳤다. 동네마다 스포츠센터와 체육관을 짓고 청소년에게 체육 활동을 권장했다.
학교와 각 가정에는 스포츠 활동 지원책을 마련해 청소년들의 이탈을 줄여나갔다.
그 결과, 청소년들의 약물 남용, 흡연율, 알코올 중독률 등이 매우 줄어들었다. 대신 청소년 스포츠 인구가 대폭 늘면서 전국민적으로 생활 체육 분위기가 조성됐다.
건강한 토양을 다진 아이슬란드는 엘리트 스포츠에서도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빅스포츠'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얻기 시작했다.
아이슬란드가 국제무대에서 깜짝 성적을 낸 건 축구뿐만이 아니다.
핸드볼은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했고, 농구는 2017유로 바스켓 대회에서 처음으로 본선에 진출했다.
아이슬란드의 경제 상황도 국제무대 성적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아이슬란드 리뷰는 "실업률이 크게 떨어지면서 엘리트 스포츠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뒤에도 직업을 다시 구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라며 "인구가 적은 아이슬란드에서 엘리트 스포츠가 활성화하고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국가가 주도한 사회 시스템 덕분"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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