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이 추천한 책 '이런 전쟁'…"6·25는 준비되지 않은 전쟁"

입력 2017-10-10 11:55  

美국방이 추천한 책 '이런 전쟁'…"6·25는 준비되지 않은 전쟁"

한반도 군사충돌 가능성 낮출 미군 역할 질문에 매티스 "읽어보라" 권유

저자 "한국戰은 힘의 시험 아닌 의지의 시험…워싱턴이 재앙으로 몰아"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북한을 겨냥한 무력 사용을 시사하는 듯한 알쏭달쏭한 발언으로 충돌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가운데 군사옵션의 열쇠를 쥔 미 국방장관이 추천한 한 권의 책에 관심이 집중된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9일(현지시간) 미 육군협회(AUSA)주최로 열린 국제방산전시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미군의 역할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T.R. 페렌바크의 저서 '이런 전쟁(This kind of war)'을 읽어보라고 추천했다.

1963년에 처음 출판된 이 책은 6·25 전쟁에 참전해 장교로서 미 육군을 직접 지휘해본 그의 생생한 경험을 토대로 한 전쟁역사서다.

당시 국내에서도 번역본이 출간됐으나 현재는 찾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688쪽 분량의 단행본으로 한국전쟁을 연구하는 역사가들은 물론 미군 지휘관들 사이에서 필독서로 여겨진다.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홈페이지에 올라온 코넬대 군사역사학자 배리 스트라우스의 서평을 보면 페렌바크가 "이건 소대장의 책에 매우 가깝다"고 할 정도로 현장 지휘관의 생생한 회고를 담고 있다. 저자는 당시 중대와 대대 단위까지 지휘한 경험이 있다.

미 프린스턴대를 졸업한 역사가 겸 칼럼니스트인 페렌바크는 "병사를 자식처럼 대하면 그들은 당신을 따라 가장 깊은 계곡으로 들어갈 것"이라는 손자병법의 구절로 이 책을 풀어나간다.

자신이 겪은 전투 장면에 대한 생생한 묘사와 비타협적인 문체가 인상적이지만, 한반도 위기 국면에서 가장 시선이 쏠리는 지점은 한국전쟁과 당시 미군의 역할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이다. 매티스 장관이 현재의 충돌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해답으로 제시한 책이라는 점에서다.

이런 관점에서 1963년 초판본의 부제가 '준비되지 않음에 대한 연구'(a study in unpreparedness)라는 사실이 적지 않은 시사점을 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비록 나중에 부제가 '고전적 한국전쟁사'(the Classic Korean War History)로 바뀌긴 했지만, 본문에서도 상당 부분에 걸쳐 미군이 당시 준비되지 않은 전쟁을 수행했음을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영진 중앙대 교수는 지난 6월 국방일보에 기고한 이 책의 서평에서 "전장의 가혹한 현실을 통해 저자가 하고자 하는 얘기는 한 가지다. 미국은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이라면서 "저자가 강조하고 있듯이 미군이 제대로 준비되지 못한 데에는 상황판단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남침과 중공군의 참전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점이 그 근거다.

아울러 저자는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의 오판이 전쟁의 비극으로 이어졌음을 분명히 했다.

페렌바크는 "한반도 충돌은 힘의 시험이 아니라 의지의 시험, 특히 미국 의지의 시험"이라며 미국이 신속하고 실질적으로 반응할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심하던 공산주의자들이 틀리는 바람에 3만7천여 명의 미국인이 희생됐다고 적었다.

특히 한국전쟁 때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북진 실패를 놓고 워싱턴 정가의 책임을 날카롭게 지적해 트럼프 대통령의 '말폭탄'으로 정치가 위기를 부추기는 현 상황을 살짝 연상시키기도 했다.

페렌바크는 "워싱턴이 병사들에게 군의 권한을 넘어선 결정을 내리고 그에 따라 행동할 것을 허락했기 때문에, 워싱턴이 그들에게 순수한 군사적 생각을 본질적으로 정치적인 문제에 대입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워싱턴이 전쟁과 정치 사이에 구분이 있을 수 있는 것처럼 여전히 행동하기 때문에, 자극적인 승리의 맛에 도취된 미국은 재앙으로 향하고 있었다"고 적었다.

이와 관련해 스트라우스는 서평에서 "불행히도 워싱턴은 여전히 그 교훈을 배우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또한, 해군 출신 블로거 빌 도티는 저자가 "한국전쟁을 아시아를 엄습한 공산주의에 대항하는 방어벽으로 간주했다"며 "저자는 한국전쟁을 공산주의와 자유를 사랑하는 서방 사이의 계속되는 충돌로 본다"고 평가했다.

도티에 따르면 페렌바크는 "한국전쟁의 교훈은 그것이 발발했다는 사실"이라며 역사의 교훈을 잊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편, 페렌바크는 이 책에서 무인기(드론) 등에 의한 '버튼누르기식 전쟁'이나 극단주의 종교 전쟁 등 미래를 내다보는 듯한 언급을 하기도 했다.






firstcirc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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