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과거 확보한 DNA 증거에 신기술로 적용…최근 1년간 사건 해결 '일조'
연쇄 성폭행 용의자 40여명도 DNA 재분석…국과수 "결실 볼 때가 왔다"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100여 건의 장기미제 살인사건 증거로 보관해온 유전자정보(DNA)에 신기술을 적용해 재분석 작업을 완료하면서 오랜 기간 숨어지내 온 살인마들이 대거 꼬리가 잡힐지에 관심이 쏠린다.
11일 국과수에 따르면 2000년 8월 이후 발생한 살인사건 중 공소시효가 폐지된 장기 미해결 살인사건은 273건이다.
국과수는 이중 100여 건의 미제 살인사건 현장 등에서 수집·보관해온 DNA에 신기술을 적용해 재분석 작업을 끝냈다. 과거에는 DNA를 분석하더라도 실제 용의자 DNA와 대조하기에는 개인 식별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난 10여 년간 자동화기기 시스템 등 분석 장비가 고도화되고, 시약도 발전하면서 DNA 재분석이 미제 살인사건 용의자 검거에 일조하고 있다.
최근 1년간만 보더라도 여러 건의 장기미제 살인사건을 해결하는데 DNA 재분석 작업의 역할이 컸다.
성(姓)씨와 Y염색체의 유전학적 특성을 활용하는 '부계혈통' 분석으로 17년만에 범인을 붙잡은 '서울 노원 문○○ 살인사건', DNA 재분석 결과와 강력사건 범죄자의 DNA 데이터베이스(DB)를 비교해 용의자를 특정한 '서울 대치동 유○○ 사건'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서울 가리봉동 윤○○ 살인사건', '충남 아산 갱티고개 한○○ 살인사건', 전북·인천지역 살인사건 등 다수의 미제 살인사건 해결에도 결정적인 근거가 됐다.
국과수는 미제 살인사건 외에도 연쇄 성폭행 사건 용의자 40여 명에 대해 DNA 재분석 작업을 완료한 상태다. 수십 건의 성폭행을 저지르고도 여전히 대중 속에 숨어지내는 '인면수심'의 범죄자를 잡는 건 시간문제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국과수는 2016년 5월 강원 원주 본원에 '장기미제 강력사건 지원팀'을 구성하고 전국 17개 지방경찰청과 업무 협의를 벌여오고 있다.
그간 50여 차례 진행된 업무 협의를 통해서는 미제사건 수사 시 국과수가 제공하는 DNA 재분석 정보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또 경북·대전·강원·서울·인천경찰청과는 장기미제 살인사건 분석회의를 진행해 사건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국과수 관계자는 "(DNA 재분석으로) 뿌려놓은 씨앗이 많아졌기 때문에 결실을 볼 시기가 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며 "지금은 국과수와 현장 수사관이 다 함께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 더 많은, 좋은 결과들이 나올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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