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권침해 정부 책임 지적…공적자금 지원 때 인권 고려 촉구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유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규약 위원회(UN Committee on Economic, Social and Cultural Right·사회권 위원회)는 10일(현지시간) 최종권고에서 결사의 자유 보장과 포괄적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했다.
유엔 사회권 위원회는 유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규약(사회권 규약)에 가입한 국가가 제대로 조약을 이행하는지 5년 단위로 심의해 최종 권고를 한다.
1990년 사회권 규약을 비준한 한국은 2001년, 2006년, 2009년 등 3차례 규약 이행 심의를 받았다.
네 번째 심의의 최종 권고는 애초 2015∼2016년께 나와야 했지만 지난 정부에서 답변이 늦어지면서 세 번째 최종 권고 이후 8년 만에 나오게 됐다.
사회권 위원회는 이번 최종 권고에서 한국 기업의 인권침해 문제를 주요 사항으로 언급하면서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현지에서 각종 인권침해로 문제를 일으킨 사안들도 최종 권고에 고려됐다.
위원회는 하청업체, 가맹점, 공급업체 등을 포함해 기업들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체가 인권을 준수할 수 있도록 법적 의무를 부과할 것을 촉구하면서 공적자금 등이 인권침해 기업에 지원되지 않도록 할 것도 권고했다.
위원회는 또 결사의 자유, 단결권에 관련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87호와 단결권, 단체교섭권에 관한 ILO 협약 98호의 비준도 권장했다.
한국은 1991년 ILO에 가입했지만, 핵심협약 8개 중 87호, 98호 외에도 강제노동에 관한 협약(29호), 강제노동 폐지에 관한 협약(105호) 등 4개를 아직 비준하지 않았다.
위원회는 세 번째 심의에 이어 이번에도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했다.
위원회는 "한국의 헌법이 성별, 종교, 사회적 신분의 차별만을 금지하는 것을 고려할 때 차별금지법 도입이 늦어지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면서 "차별금지 사유를 놓고 공감대를 이룰 수 있도록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조치를 충분히 하지 않은 것도 우려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위원회는 재분배적 재정정책을 포함한 사회지출 증액, 이주노동자 사업장 변경 제한 폐지, 군형법의 동성애 처벌 조항 폐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등도 함께 권고했다.
유엔 사회권 위원회의 최종 권고는 강제성이 없고 현행법과 충돌하는 부분이 있지만 유엔 권리규약에 따른 포괄적 사회권 이행 정도를 살펴본다는 점에서 '인권 성적표'로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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