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성으로 끝난 '시리아의 기적'…호주에 패해 월드컵行 좌절

입력 2017-10-10 20:45   수정 2018-10-08 17:42

미완성으로 끝난 '시리아의 기적'…호주에 패해 월드컵行 좌절
플레이오프 2차전서 연장 접전 끝에 1-2로 역전패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오랜 내전의 상처 속에서도 월드컵의 꿈을 키워가던 시리아가 러시아행 문턱에서 발을 돌리게 됐다.
시리아는 10일 호주 시드니 ANZ 스타디움에서 열린 호주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1-2로 패했다.
지난 5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1차전에서 1-1로 비긴 데 이어 2차전에서 패하면서 러시아월드컵 본선을 위한 대륙간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이날 패배로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의 꿈은 무산됐지만 시리아는 이번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선전을 이어가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8월말 카타르전에서 3-1로 승리하며 월드컵 희망을 지핀 데 이어 지난달 A조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인 이란전에서는 최종예선 무패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던 이란에 첫 실점을 안기며 2-2로 비겼다.
이 무승부로 시리아는 우즈베키스탄에 골 득실로 앞서 조 3위를 확정 지으며 월드컵 본선 불씨를 살렸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5위인 시리아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참 앞서는 50위 호주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무승부를 만들었고, 이번 2차전에서도 호락호락 패하지는 않았다.
전반 6분 알 소마의 선제골로 앞서가다 13분 호주 팀 케이힐에 동점골을 내준 후 호주의 파상 공세에도 추가 실점을 막은 채 잘 버텼다.
그러나 연장 후반에 케이힐에게 다시 골을 허용하면서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마지막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은 시리아는 연장 종료 직전 알 소마의 프리킥이 다시 한번 호주 골대를 위협하기도 했으나 승부를 되돌리지는 못했다.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시리아 대표팀이 보여준 선전에는 '기적'이라는 말이 따라다녔다.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아본 적이 없는 전력도 전력이지만, 무엇보다 2011년 3월 이후 6년 반 동안 내전을 치르느라 국가가 사실상 마비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피폐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군과 반군, 이슬람국가(IS)까지 여러 편으로 쪼개진 치열한 내전으로 시리아 곳곳이 폐허가 됐고 인구의 절반이 넘는 수백만 명의 국민이 고향을 등졌다.
6년간 33만 명이 넘는 사람이 숨졌고, 이 가운데 3분의 1은 민간인이었다.
지금도 총성과 폭발음이 이어지고 있어 홈 경기조차 타국 경기장을 빌려 치러야 하고 선수단에 대한 지원도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펼쳐진 대표팀의 선전에 시리아 국민도 잠시나마 전쟁의 시름을 잊고 월드컵 열기에 빠졌다.
이날 수도 다마스쿠스를 비롯한 시리아 곳곳에서는 축구팬들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경기를 함께 지켜보며 응원했다. 이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왔으나 이뤄지진 않았다.
비록 기적은 미완성으로 끝났고, 전쟁은 계속 진행 중이지만 이번에 전 세계에 보여준 시리아 대표팀의 투지는 전쟁국가로만 여겨졌던 시리아를 다른 방식으로 인식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한편 천신만고 끝에 월드컵 희망을 살린 호주는 내달 북중미 4위팀과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치러 본선 진출 여부를 최종적으로 가리게 된다. 현재로서는 파나마 상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호주의 대표 공격수 케이힐은 이날 경기장에 운집한 4만 명의 호주 축구팬들 앞에서 동점골과 역전골을 뽑아내며 호주를 위기에서 구해냈다. 케이힐의 통산 50번째 A매치 골이었다.
mihy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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