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에 스포츠 클라이밍 즐기고 80대가 근대 3종 경기 출전
노인 스포츠 게이트 볼 인기 시들, 경기단체 회원 수 격감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 노인들의 체력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65세 이상 고령자의 체력이 향상되면서 한때 노인 스포츠의 대명사로 각광받던 게이트 볼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대신 스포츠 클라이밍, 런닝, 수영, 사격 등 고령자들이 즐기는 스포츠가 다양해지고 있다.
일본 정부가 실시하는 "체력·운동능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의 체력은 지난 20년간 계속 향상되고 있다. 특히 작년에는 75세 이상 여성의 체력이 과거 최고 수준으로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눈을 뜬 채 한쪽 발로 서있는 시간은 75세 이상 여성이 58초로 19년전에 비해 21초나 길어졌다.
일본 스포츠청은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건강한 노인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특히 70세 이상 노인의 체력은 지난 20년간 5세 이상 젊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NHK가 현장 취재한 요코하마(橫浜)시 스포츠 클라이밍 체육관에서는 남성 3명이 손발을 능숙하게 움직이며 경괘하고 힘차게 벽을 기어 오르고 있었다.
각각 66세, 69세, 72세인 이들에게서 체력이 쇠했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72세의 남성은 "가끔은 중학생 손자와 함께 즐기기도 한다"면서 "80세까지 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포츠 클라이밍은 도쿄(東京)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경기다. 체육관 관계자는 최근 스포츠 클라이밍에 도전하는 고령자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80세인 지바(千葉)현 후나바시(船橋)시에 사는 다카무라 구미코씨는 수영, 런닝, 사격 등 3종목을 혼자서 하는 근대 3종 경기에 도전하고 있다. 집 근처에서 런닝을 하거나 집안에서 6m 정도 떨어진 곳에 손수 만든 과녁을 붙여 놓고 공기권총으로 겨누는 훈련을 거듭해 대회에 출전했다. 자전거와 트라이애슬론도 한다는 다카무라는 "90세, 95세까지 가능한 한 스포츠를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게이트볼은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매일 이런저런 스포츠로 바빠서 게이트볼은 하지 않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스포츠청이 실시한 인터넷 조사에서 지난 1년간 한 운동과 스포츠를 중복응답토록 한 결과 60대와 70대에서는 워킹, 체조 등이 상위에 포함됐지만 게이트 볼은 20위에도 들지 못했다. 게이트 볼은 2차 대전후 일본에서 원래는 어린이 스포츠로 생겨났지만 1964년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국민 스포츠"로 각광받으변서 고령자를 중심으로 애호가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한때는 애호가가 1천만명에 이를 정도로 아침 일찍부터 게이트 볼을 즐기는 노인들을 전국 공원 어디에서나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작년 기준 전국 경기단체 회원수가 9만8천명으로 지난 20년간 6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일본게이트볼연합회는 회원 감소의 이유로 건강한 고령자 증가와 함께 스포초와 취미의 폭이 넓어진 점 등을 들면서 "이대로 가면 게이트 볼은 없어지고 말 것"이라고 위기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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