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스트레스는 어떻게 삶을 이롭게 하는가'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일반적으로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으로 여겨진다.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현대인의 가장 큰 적'으로 여기면서 되도록 피해야 할 요소로 생각한다.
신간 '스트레스는 어떻게 삶을 이롭게 하는가'는 이와는 정반대 시각을 제시한다. 독일의 시사주간지 '디 차이트'의 과학저널리스트인 우르스 빌만은 이 책에서 '스트레스가 삶의 묘약'이라고까지 이야기하며 '스트레스 다시보기'를 시도한다.
그는 '스트레스' 현상을 처음 발견한 내분비학자 한스 셀리에의 연구결과를 비롯해 심리학과 정신의학, 생물학과 뇌과학, 경제학까지 다양한 분야의 연구결과를 인용하며 지나치지 않은 스트레스는 오히려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원동력이 된다는 주장을 편다.
책은 스트레스를 겪을 때 인체가 겪는 현상, 즉 스트레스 반응이 가져오는 긍정적인 효과에 주목한다. 스트레스를 겪으면 우리 몸에서는 호르몬이 분비되고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 스트레스 반응은 짧은 순간 마치 터보엔진을 단 자동차처럼 인체의 성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이 메커니즘은 운동선수에게는 뛰어난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주고 위험한 상황에 놓인 사람에게는 반사 행동 속도를 높여준다. 부상하거나 수술을 받을 때 백혈구 숫자가 늘어나는 것도 스트레스 반응의 일종이다.
굶주림에 대한 스트레스가 인류에게 도구를 사용하게 했다는 시각도 있다. 채식에서 벗어나 육식을 시작하면서 고기를 자르기 위한 석기가 개발됐다는 논리다.
시험 당일 '벼락치기' 공부에서 집중력이 커지는 이유도 스트레스 반응으로 설명할 수 있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과 아드레날린이 기억을 매섭게 한다는 것. 이때 스트레스 요인과 관련이 없는 내용은 일종의 '블랙아웃' 상태가 되고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만 우리에게 다가와 기억에 잘 새겨진다는 설명이다.
문제가 되는 스트레스는 '장기 스트레스'다. 우리 몸의 스트레스 반응은 단기 사용을 염두에 두고 형성됐기 때문이다.
셀리에에 따르면 스트레스 반응은 1단계 경보기와 2단계 저항기에 이어 3단계 소진기로 진행된다. 이때 장시간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에너지가 소진되면서 유기체는 병이 든다. 저항반응이 평생 이어져 3단계 소진기로 접어들면 스트레스가 우리가 알고 있는 '만병의 근원'이 되는 셈이다.
"물론 스트레스는 병을 주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것은 우리가 스트레스를 잘못 사용했을 때뿐이며 결코 그 자체가 질병의 원인은 아니다. 스트레스를 밋밋한 일상의 양념으로 생각할 이유는 많다. 장담하건대 스트레스는 인생에서 만나는 가장 멋진 선물이다." 장혜경 옮김. 300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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