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명면 신도시로 빠져나가…예천읍 상권 침체 등 부작용
(예천=연합뉴스) 이강일 기자 = 경북도청 유치로 인구 10만 부활을 기대했던 경북 예천군이 원도심 공동화 위기를 맞고 있다.
도청 신도시가 자리를 잡으면서 인구는 계속 늘고 있으나 군청 소재지인 예천읍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12일 예천군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인구는 4만7천929명(2만2천870가구)으로 지난해 9월 말 4만6천90명보다 1천839명 늘었다.
군 전체 인구는 증가했으나 유일한 읍인 예천읍은 감소했다.
군내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예천읍은 지난해 9월 말 1만7천65명(7천440가구)에서 올해 9월 말 1만6천536명(7천319가구)로 529명 감소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도청 신도시가 있는 호명면 인구는 4천620명(2천46가구)에서 7천657명(3천120가구)으로 3천37명 늘었다.
경북도청이 대구에서 옮겨온 뒤 인구가 늘어난 곳은 예천군 1개 읍과 11개 면 가운데 호명면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도시로 인구가 몰리고 원도심 인구가 줄자 상권이 침체하는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예천 원도심으로 읍내에서 가장 번화가인 맛고을 문화의 거리는 도청이전 초기에 '특수'를 누리기도 했다. 도청 신도시에 식당 등이 없어 이주민이 예천읍 내로 왔기 때문이다.
또 생활편의시설이 자리 잡아 편리하게 살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신도시보다 예천읍 내에서 생활을 시작하는 사람도 많았다.
이에 따라 도청이전 초기에는 맛고을 문화의 거리를 비롯해 예천읍 내 곳곳은 새로 문을 여는 업소가 생기는 등 경기가 되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맛고을 문화의 거리 주변에는 주차할 공간을 찾기 힘들 정도일 때도 잦았다.
군민들은 도청이전으로 예천이 이른 시일 안에 인구 10만의 지방 도시로 재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했다.
그러나 신도시에 여러 가지 생활기반시설이 연이어 들어서자 예천읍을 찾는 발길은 급격히 줄었다. 대신 도청이전 초기 예천읍에서 생활을 시작했다가 더 나은 환경을 찾아 신도시로 옮겨가는 인구는 늘었다.
인구가 줄면서 예천읍 내 상권은 급격히 위축됐다. 도청이전 초기 자정 가깝게 영업을 하던 맛고을 문화의 거리 많은 음식점은 요즘 오후 9시만 되면 문을 닫는다고 한다.
일부 예천읍 주민은 이런 인구 이동이 계속되면 호명면이 예천 중심이 되고 예천읍은 군청만 있는 이름뿐인 군청 소재지가 될 것으로 걱정한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정식(60·예천읍 남본리)씨는 "맛고을 문화의 거리는 그나마 초저녁에는 손님이 있는 편인데 읍내 외곽지 식당은 아예 손님 발길이 끊겼다"며 "도청이 대구에서 옮겨온 이유인 지역 균형 발전 대의를 살릴 수 있도록 신도시뿐 아니라 예천읍도 상생할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예천읍과 반대로 호명면 신도시는 정주 여건 마련 등으로 도시 모습을 빠르게 갖추고 있다.
도청이전 초기 택지만 조성해 벌판이 이어지고 변변한 식당조차 없던 호명면 신도시는 최근 다른 지역 신도시와 비슷한 수준으로 변했다.
곳곳에 문을 연 음식점, 주점 등은 도청이전 초기 회식 등을 위해 예천읍이나 안동 풍산읍은 물론 멀리 안동 시내까지 나가던 신도시 이주민들 발길을 붙잡는다.
신도시 한 음식점 업주는 "정주 여건을 갖추자 예천읍이나 안동 시내 번화가보다 손님이 많은 것 같다"며 "신도시 인구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당분간 호황은 계속될 것으로 대부분 상인이 기대한다"고 말했다.
lee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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