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 군 수뇌부에게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대응 방안에 대한 공식 보고를 받았다. 백악관은 대변인실 성명을 통해 "보고와 논의의 초점은 어떤 형태의 북한의 공격행위에도 대응하고(respond), 필요하다면 북한이 핵무기로 미국과 동맹국을 위협하지 못하도록 예방(prevent)하기 위한 다양한 옵션들에 맞춰졌다"고 밝혔다. '다양한 옵션들'이 뭔지 자세한 설명은 없었지만, 군 수뇌부 인사들의 보고임을 고려하면 군사옵션이 들어있다고 봐야 한다. 이를 백악관이 공개한 것도 이례적이어서 북핵 위협에 임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초강경 자세가 엿보인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매티스 국방장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오찬을 함께했다고 한다. 미국이 '최대의 압박과 관여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대북정책 기조를, '최대의 압박과 필요시 군사옵션을 통해 해결한다'는 것으로 대전환할 조짐을 보여 우리 정부도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미국이 대북 군사행동을 숙고하는 것은 1차 북핵 위기가 불거졌던 1994년 빌 클린턴 행정부 이래 23년 만이다. 그때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으로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지만, 지금은 북·미 간 대화 채널도 사실상 끊어져 상황이 더욱 위태롭다. 이번 백악관 성명이 우려스러운 것은 대북 군사옵션을 사실상 공식화한 점뿐 아니라, 명확지는 않지만 북한을 상대로 선제타격이나 예방타격의 가능성을 열어 놓은 부분이다. 'prevent'(예방한다)라는 표현을 'respond'(대응한다)와 대비해 사용함으로써 그런 의도를 드러낸 인상이 짙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핵 탑재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완성하기 이전에 선제타격과 예방타격은 물론이고 예방전쟁도 불사해야 한다는 극단적 발언들이 일부 미 전문가 사이에서 나왔던 한두 달 전과 비교하면 한반도 정세는 더욱 엄중해졌다. 전시나 준전시에 사용된다는 백악관 상황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군 수뇌부와 함께 전략폭격기 B-1B 랜서 2대의 대북 무력시위를 지켜본 것으로 전해진 것도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계의 거목인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과 전격 회동한 것도 눈에 띈다. 그는 북한 정권 붕괴 이후 주한미군 철수를 중국에 보장하는 '미·중 빅딜론'을 북핵 해법으로 제안한 인물이다. 그가 면담에서 어떤 조언을 했는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런 제안을 재차 강조했을 가능성도 있다. 11월 초순 트럼프 대통령의 한·중·일 등 아시아 순방에서 미·중 양국 간에 어떤 논의가 오갈지 주목되는 까닭이기도 하다. 18일 개막되는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집권 2기의 국정운영과 대외 정책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어서 11월 트럼프-시진핑 회담에서 북핵과 한반도 문제에 대한 큰 가닥이 잡힐 개연성도 있다. 여러 외교 일정을 보면 조만간 트럼프 행정부의 새 대북 전략이 확정될 가능성이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도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북·미 간 치킨게임으로 한반도 정세가 날로 악화하는데도 우리나라의 운신 폭은 좁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5부 요인 초청 오찬에서 "안보 상황이 어려운 것은 외부에서 안보위기가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며, 안보위기에 대해 우리 주도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한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여건이 어렵지만, 제2의 전쟁은 물론이고 우리를 배제한 한반도 문제 빅딜은 절대로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확고히 세워야 한다. 그런 연후에 개별 사안에 따라 치밀한 논리와 대안을 갖고 우리 입장을 반영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트럼프 행정부의 새 대북 전략이 최종 확정되기 전에, 가동 가능한 모든 외교채널을 동원해서 한·미 간 입장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 당장 내주에 열릴 한미 외교차관 전략대화와 이달 중 진행될 한미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 등을 통해 미국의 새 대북 전략의 세부내용을 파악하고 우리 목소리를 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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