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 선봉에 섰던 류제이(劉結一·59) 유엔주재 중국 대사가 국무원 대만판공실 부주임으로 이동했다.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11일 홈페이지 공보를 통해 류 대사가 대만판공실 수석부주임에 보임됐다고 밝혔다.
당초 류 대사가 장즈쥔(張志軍·64) 대만판공실 주임의 뒤를 이을 것으로 거론됐던 것에 비하면 다소 좌천성 이동이다.
류 대사는 특히 지난 9월 말 발표된 19차 당 대회 대표 명단에서도 누락됐다. 이는 그가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으로 피선될 자격을 상실했고, 나아가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중전회)에도 참석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즈쥔 주임이 18기 중앙위원 신분이었던 것과 대비된다.
대만판공실은 하지만 류 대사의 수석부주임 보임에 대해 '정부장급'(正部長級·장관급) 인사라는 별도 주석을 달았다. 이에 따라 추후 대만판공실 주임으로 승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류 대사는 1981년 유엔 제네바사무처의 통역관으로 시작해 1987년 외교부 군비감축사(司), 국제사, 미주사 사장, 부장조리에 이어 중앙대외연락부 부부장을 거친 뒤 2013년 8월부터 유엔주재 대사를 맡아왔다.
류 대사는 최근 핵·미사일 도발을 이어가고 있는 북한을 상대로 '규탄'(譴責)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비판하면서도 미국에 대해 '협상 재개'를 주문하는 등 줄타기 외교를 벌여왔다.
류 대사의 부인은 외교부 대변인을 지낸 장치웨(章啓月) 뉴욕 주재 중국 총영사다.
중국은 외교부 고위직을 대만판공실로 이동시키는 것을 관례로 삼아 외교전략에서 대만 관련 문제를 중시하고 있다는 점을 내비치고 있다. 장즈쥔 주임도 외교부 출신이며 왕이(王毅) 현 외교부장 역시 대만판공실 주임을 지냈다.

joo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