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로힝야족에 대한 차별과 증오를 방치해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아온 유엔 미얀마 담당팀의 최고책임자가 본부의 소환 명령을 받았다고 외신들이 12일 보도했다.
유엔은 이번 전보 명령이 예정된 '업무 승계' 절차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만 밝혔을 뿐 누가 후임을 맡을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BBC 등 외신은 캐나다 출신의 유엔 미얀마팀의 최고 책임자였던 드사이엔이 인권단체 회원들의 로힝야족 거주지 방문을 제지하고, 로힝야족 관련 문제 제기를 억눌러왔으며, '인종청소' 가능성을 경고한 직원을 격리했다고 보도했다.
한 전직 유엔 관리는 "유엔 미얀마 담당팀의 대표가 인권 보호론자들의 민감한 로힝야 거주지 방문을 막으려 했다"고 말했다.
구호단체 활동가 캐롤라인 반데나벨레는 미얀마 내 유엔 고위급 회의에서는 로힝야족 문제나 '인종청소'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금기였다고 털어놓았다.
대학살 발생 후 르완다에서 활동한 적이 있는 그는 "로힝야족을 개처럼 죽여야 한다는 사업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했다"며 "유엔 고위급 회의에서 이런 이야기를 할 수는 있지만, 부정적인 결과가 뒤따랐다. 회의 석상에서 망신을 당하거나 아예 회의에 초대받지 못하기도 하고 임무에서 배제됐다"고 말했다.
유엔은 지난해 연말 내부 보고서에서 '미얀마 내 활동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판단했으며, 올해 초 5년간의 임기를 채우지 못한 드사이엔을 교체했다.
그러나 미얀마 정부가 후임자를 거부하면서 드사이엔은 교체 발령 이후에도 계속 미얀마 내 유엔 코디네이션 책임자 자리를 지켰고 지금까지 휴가를 낸 상태다.
이런 가운데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서는 지난해 10월부터 로힝야족 반군단체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핍박받는 동족을 보호하겠다며 대미얀마 항전을 선포하고 2차례 경찰을 공격했다.
미얀마 정부는 이 단체를 '테러집단'으로 규정했고 미얀마군은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소탕작전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 수백명이 목숨을 잃었고, 50만명이 넘는 난민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
난민들은 미얀마군이 소탕전을 빌미로 민간인을 살해하고 방화와 성폭행 등을 일삼았다고 증언했고, 유엔은 이런 증언을 토대로 미얀마군의 행위를 '인종청소'로 규정했다.
미얀마 정부와 군은 이런 주장이 조작된 정보에 의한 것이라고 반박해왔다.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UNOHCHR)은 전날 난민 65명을 인터뷰해 작성한 보고서에서 미얀마군이 로힝야족 반군의 저항 이전부터 체계적인 군사 작전을 세워 로힝야족을 탄압했으며, 난민이 돌아오는 것을 막기 위해 마을과 식량을 모두 불태웠다고 밝혔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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