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베제강 품질조작 '광범위'…계약위반배상·소비자 소송 우려

입력 2017-10-12 11:05  

고베제강 품질조작 '광범위'…계약위반배상·소비자 소송 우려

시장신뢰 추락에 경영위기…납품받은 자동차 회사들도 전전긍긍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일본 고베제강(神戶製鋼)이 알루미늄·구리는 물론 철분(鐵粉)과 DVD 부품 등도 광범위하게 품질데이터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며 배상과 집단소송 우려로 번지고 있다.

부품을 공급받은 도요타나 닛산은 미국 등에서 자동차 소비자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어 안전문제 점검에 나섰고, 고속철이나 항공기 부품을 외국기업에 납품한 기업들도 전전긍긍한다.




12일 아사히·마이니치 신문 등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현재까지는 리콜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있지만 품질조작이 그룹 소속 여러 회사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졌음이 밝혀져 사태는 확산일로다.

고베제강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데이터 조작 등 불상사를 일으켜 도덕적 해이가 일반화되고 지나친 사업 다각화 시도로 내부통제도 허술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고베제강은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알루미늄·구리사업 4거점에서 품질조작이 이루어진 것과는 별개로 다카사고시 공장에서 철분 한 종류의 품질을 조작해 출하한 것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철분은 기어 등 복잡한 형상의 부품을 제조할 수 있는 재료다. 자동차업계에서 많이 사용돼 안전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미국 등에서 소비자 집단소송의 재료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자회사에서도 2011년 11월 이후 제조한 '타깃재'에 대해 검사하지 않거나, 검사내용을 조작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타깃재는 DVD 등 기판에 박막을 형성할 때 쓰는 금속재료다.

고베제강은 일찍 사업 다각화를 했다. 가와사키 히로야 회장 겸 사장이 "철강사업과 알루미늄 두 사업을 하는 세계 유일 기업"이라고 자랑할 정도며 기계, 건설기계, 용접, 전력 등 7개 사업부문이 있다.

그런데 각 영역은 연관성이 적어 협업이나 상승효과는 적은 편이다. 그래서 "경영진이나 모기업이 사업부문을 관리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또 알루미늄·구리사업은 제품 종류가 많고 전문성이 높아 한 곳에서 평생 직장생활을 마치는 사원이 많아 "(상사와 부하가) 이 정도면 문제가 안 되겠지"라는 암묵적 양해가 빈발할 가능성도 지적됐다.

앞으로는 품질조작에 따른 법적책임이 문제될 가능성도 있다. 고베제강의 제품 공급처는 자동차 업체는 물론 고속철 제작업체, 자위대에 부품을 공급하는 방위산업체까지 포함돼 심각함을 더한다.

우선 품질데이터를 조작한 부품재료를 납품받은 기업으로부터 계약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당할 수 있다. 기업들은 이미 제품 안정성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으며 그 결과에 따라 부품 교환이나 리콜 요구를 검토할 수 있다. 리콜 사태로 발전하면 배상액이 눈덩이처럼 커지며 고베제강의 존립이 흔들릴 수도 있다.




해외에서의 소송 리스크도 있다. 미국 등에는 징벌적 배상제도가 있기 때문에 소송에 휘말리면 치명적일 수 있다. 일본의 자동차 에어백 업체 다카타도 결함 에어백 파문에 따른 집단소송으로 거액의 화해금 지급에 내몰린 바 있다.

고베제강 경영진을 겨냥한 주주대표소송 가능성도 있다. 이번 조작에 따른 경영상 손실로 경영진은 민형사상 책임을 추궁받을 수 있다.

일본에서 기업 불상사에 동반한 주주대표소송은 거액의 배상 사례가 많다. 지난 4월 도쿄지법은 올림푸스 분식결산 사건으로 이 회사 전 사장 등 6명에게 590억엔(약 5천930억원)의 배상금 지불을 명했다.

이번 사태는 작년 6월 일본공업표준(JIS)조사회에서 고베제강 계열사 제품의 품질조작을 적발하자 고베제강이 자체 점검을 통해 올 8월말 밝혀내고 9월말 경제산업성에 보고한 뒤 드러났다.

tae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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