쑨정차이 낙마·공청단 비판에 후진타오도 입장 '불편'
![](https://img.yonhapnews.co.kr/etc/inner/KR/2017/10/12/AKR20171012060000089_01_i.jpg)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과거 중국 공산당의 '상왕' 격이었던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이 18일 개막하는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 참석할지가 또다른 관심사로 떠올랐다.
12일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이번 당 대회에는 각 분야에서 선출된 2천287명의 대표가 출석하는 것 외에도 중앙위원회의 초청을 받은 당 원로들도 참석하게 된다. 당 중앙조직부는 이번에 46명의 원로를 특별대표로 초청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당대회에서 일반 대표들과 같은 권리를 행사하게 된다. 장쩌민,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도 당연히 초청을 받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장 전 주석은 특별대표 자격으로 17차, 18차 당대회에 연이어 출석했다. 18차 당대회에서 장 전 주석은 41명의 주석단 중에서도 퇴임을 앞둔 후 전 주석에 이어 두번째로 입장해 주석단의 맨 앞자리 중앙에 앉아 그의 여전한 위력과 존재감을 짐작케 했다.
외신은 이를 두고 장 전 주석이 13년간의 총서기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막후 영향력을 행사하며 측근들을 중앙정치국과 중앙군사위원회에 포진시키고 후임자인 후 전 주석을 '허수아비'로 만들었다고 평했다.
하지만 시 주석이 18기 1중전회에서 대권을 장악하고서는 장 전 주석의 막후 실력은 곧바로 소멸되기 시작했다.
후 전 주석이 당권(총서기), 정권(국가주석), 군권(중앙군사위원회 주석) 모든 권좌를 한꺼번에 시진핑에게 물려준데 따른 것이었다. 장 전 주석이 16차 당대회에서 후 전 주석에게 총서기, 국가주석 자리를 물려주면서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이라는 '2선 권력'을 남겨놨던 것과는 달랐다.
이에 대해 후 전 주석이 '자폭'식 수단으로 장 전 주석 같은 수렴청정 가능성을 스스로 단절했다는 평이 나왔다.
후 전 주석의 이런 퇴진은 권력에 연연해 하는 장 전 주석의 모습을 도드라지게 만드는 효과도 있었다. 시 주석은 공개적으로 후 전 주석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마르크스주의 정치가와 전략가로서 높은 식견과 넓은 도량, 곧은 인품을 충분히 보여줬다"고 칭송한 바 있다.
이로써 중국 공산당 역사에서 마오쩌둥(毛澤東)에 이어 처음으로 당·정·군을 동시에 장악하게 된 시 주석은 집권후 역대 가장 강력한 반부패 드라이브를 전개했다.
저우융캉(周永康), 궈보슝(郭伯雄), 쉬차이허우(徐才厚) 등 고위급 인사들이 대거 비리 혐의로 체포돼 재판을 받았고 이들 대부분이 장 전 주석의 친위세력들이었다.
지난 5년간 장쩌민 계열의 인사 300여명이 '반부패 칼날'에 낙마한 것으로 관측된다. 장 전 주석의 권력기반인 상하이방(上海幇)·장쑤방(江蘇幇)이 주된 척결 대상이 됐다.
상하이시 지도부가 전부 시진핑 인맥들로 교체되고 있는 것도 상하이방 몰락의 단적인 사례다. 지난 1월 상하이 시장 자리는 장쩌민 계열의 양슝(楊雄)에서 시진핑 인맥인 잉융(應勇)으로 교체됐다. '시진핑 핵심'에 충성 맹세를 한 한정(韓正) 상하이시 서기가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승진해 이동하게 되면 상하이시 당위원회의 5인소조(서기, 시장, 부서기, 기율위 서기, 조직부장)는 모두 시진핑 인맥으로 채워지게 될 전망이다.
여기에 장쩌민 인맥으로 분류되는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위원장, 위정성(兪正聲)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 장가오리(張高麗) 부총리 등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모두 이번에 물러나게 된다.
홍콩 매체들은 장 전 주석이 19차 당대회에 출석해 주석단에 앉아 시 주석의 지난 5년간의 업무보고를 청취하게 될 경우 매우 난처한 처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 주석의 과거 5년간의 주요 치적이 장 전 주석 시대에 만연했던 부패를 척결하는 것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당시 중국은 관가는 물론이고 군, 법조, 의료, 교육, 체육, 미디어, 국유기업 등 각 영역에서 매관매직, 뇌물수수, 정경유착 등 비리가 심각했던 것으로 인식돼 있다.
정책적으로도 시 주석은 장쩌민 시대와는 선을 긋고 있다. 군사, 교육, 경제, 대기업 관계 등 여러 영역에서 장 전 주석에 반하는 정책들을 추진해오고 있다. 교육 분야에서 장쩌민 시대에 추진된 '대약진'식 대학 진흥정책이 폐기되고 '쌍일류'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로 바뀐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장 전 주석이 당대회에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최소한의 명예를 지키면서 현 지도자의 체면을 세워주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장 전 주석은 지난달초 전현직 지도자들의 휴가를 겸한 비밀 회동인 베이다이허(北戴河)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후 전 주석 역시 이번 당대회 출석이 편치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자신의 시대에 차차기 주자의 한명으로 지명됐던 쑨정차이(孫政才) 전 충칭(重慶)시 서기가 엄중 기율위반 혐의로 낙마하고 자신의 파벌 기반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이 대대적으로 비판을 받는 처지여서 다소 불편한 입장이다.
joo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