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에 보고…외국인 '대포 ID' 이용→해외 IP로 접속해 아고라 게재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이지헌 기자 =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회원 탈퇴를 유도하는 '특수공작'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국가정보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는 국정원 심리전단이 2011년 5월 하순께 원세훈 당시 원장에게 '전교조 와해 특수공작' 계획을 보고한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 문서를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전담 수사팀에 넘겼다.
심리전단은 보수 학부모 단체가 당시 전교조 소속 교사들에게 단체 탈퇴를 종용하는 편지를 집단 발송한 것을 계기로 전교조 교사로 위장해 인터넷에 전교조의 반국가·반체제 문제를 폭로하는 '양심선언' 글을 올리겠다는 계획을 보고했다.
이에 앞서 5월 19일 보수 성향 단체인 '교육과 학교를 위한 학부모 연합' 김순희 상임대표는 전교조 소속 교사 6만여명에게 전교조 탈퇴를 요구하는 편지를 보냈다.
실제로 얼마 지나지 않은 5월 31일 포털 사이트 다음의 토론장인 아고라에는 '양심교사'라는 필명을 쓰는 이가 '이제 나는 전교조 교사가 아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는 김 대표가 보낸 편지를 받고 고심한 끝에 떳떳한 교사가 되기 위해 참교육과 거리가 멀어지고 이념 색채가 짙어진 전교조를 탈퇴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보수 성향 인터넷 언론들을 중심으로 전교조 교사가 '양심선언'을 했다고 보도됐고, 보수 논객들 역시 이 글을 적극적으로 전파하면서 '전교조 교사의 투항'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전교조 와해 특수공작'은 배우 문성근씨와 김여진씨의 나체 합성사진을 만들어 유포한 심리전단 소속 팀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검찰은 '학부모 연합' 간부와 심리전단 직원이 다수의 이메일을 주고받는 등 긴밀한 연락 관계를 유지한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은 당시 이 단체가 6만여명에 이르는 전교조 교사들에게 편지를 대량 발송하는 데 3천만원가량의 자금을 쓴 과정에 국정원이 관여했는지도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심리전단은 이 공작 과정에서도 극도의 보안을 유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 요원들은 외국인 명의의 '대포 인터넷신분(ID)'을 사용했다. 또 인터넷 주소(IP) 추적을 피하려고 '양심선언' 글을 올릴 때 접속지역 정보를 세탁하는 IP 우회 프로그램도 활용했다.
'나는 이제 전교조 교사가 아니다'라는 글을 올린 '양심선언' ID는 현재 가입자 탈퇴 상태다.
ch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