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프, 허용치 100배 넘는 유독물질 든 폴리우레탄 원료 공급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유럽에서 살충제 오염 달걀과 '간염 소시지' 파문에 이어 이번엔 '발암물질 매트리스' 파동이 일고 있다.
독일 화학업체 바스프(BASF)는 11일(현지시간) 폴리우레탄 제조 원료로 공급해온 톨루엔디이소시아네이트(TDI) 속의 유독성 물질인 디클로로벤젠 농도가 기준치를 훨씬 초과한 것을 발견, 이를 회수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독일 공영 ARD 방송 등에 따르면, 디클로로벤젠은 피부, 호흡기 점막을 자극, 염증과 알레르기를 일으키고 심한 경우 암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물질이다.
허용기준치는 3ppm에 불과한데 바스프 측은 문제의 원료 속 디클로로벤젠 농도는 무려 '수백ppm'이라고 밝혔다.
TDI는 발포성 폴리우레탄의 주원료 중 하나다. 발포성 폴리우레탄은 침구용 매트리스나 베개, 차량 시트, 쿠션, 요가용 깔개 등 다양한 생활용품 제조에 사용된다.
바스프는 8월25일~9월29일 약 한 달 간 디클로로벤젠이 과도하게 들어 간 TDI를 7천500t 생산한 것이 정기점검에서 드러났으며, 이를 구매한 50여 업체를 대상으로 회수작업에 나섰다고 밝혔다.
7천500t 가운데 5천t은 아직 매트리스 등의 제품 생산에 사용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으며 회수 중이라고 바스프는 덧붙였다.
문제는 나머지 2천500t은 이미 가공제품에 쓰였거나 완제품 업체 등에 재판매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구체적인 행방은 아직 오리무중 상태라는 점이다.
이에 따라 현재 유럽 각국에서 시판 중인 매트리스나 베개, 차량시트, 쿠션 등의 제품 가운데 어떤 제품에 문제의 원료가 사용됐는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소비자로선 자신이 사용하는 제품이 기준치를 초과한 독성물질이 들었는지 여부와 들어 있다면 어느 수준인지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또 디클로로벤젠이 가공 처리된 이후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정보 역시 없다.
나아가 국제 배송망을 통해 유럽 이외 다른 대륙으로도 이미 이 원료가 판매됐거나 완제품 생산에 사용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소비자는 물론 매트리스 등의 완성품 제조·판매업체들도 혼란해 하며 바스프에 대한 불안감과 분노가 커지는 상황이라고 ARD방송은 전했다.
발포성 플라스틱 및 폴리우레탄 제조업협회 관계자는 ARD 인터뷰에서 "우리는 고객을 보호할 책임이 있으나, 완제품으로 만들어져 최종 고객에게 판매된 제품이 얼마나 되는지는 물론 디클로로벤젠 함유 제품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 관련 정보가 전혀 없어 회원사들이 크게 낙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침구업체 둔노필로는 이미 시판한 매트리스를 전량 회수, 교환해주기 시작했으며, 벨기에, 프랑스 등 각국 관련 업체들은 발포 폴리우레탄 제품의 생산과 판매를 중단하고 제품 회수 등을 추진하고 있다.
바스프 본사가 있는 라인란트-팔츠 주의 울리케 회프켄 환경장관은 무려 한 달 가까이 제대로 검사받지 않은 제품을 생산 유통한 바스프의 품질관리와 소비자 정보제공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며 경위를 시급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회프켄 장관은 또 바스프 측에 관련 정보를 소비자와 해당 업체들에 신속하게 제공할 것을 촉구했다고 시사주간지 포쿠스는 온라인판에서 전했다.
choib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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