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발목 잡은 '부정청탁' 놓고 삼성·특검 2심서 다시 격돌
"부정한 청탁? 승계작업 필요 없어" vs "도움 바라고 지원한 것"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강애란 기자 =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측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2일 항소심 첫 재판에서 1심이 인정한 '부정한 청탁'의 존재를 놓고 날 선 공방을 벌였다.
1심은 삼성 측이 경영권 승계라는 포괄적 현안을 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묵시적 청탁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 부회장 등 관계자들의 뇌물공여 혐의 등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먼저 의견 발표에 나선 변호인단은 "묵시적 청탁이 인정되려면 청탁 대상이 특정되고, 대가 관계에 대한 양측의 공통된 인식이 있어야 한다"며 1심이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변호인단은 "원심은 '승계'와 '승계작업'을 혼동한 잘못이 있다"며 "이건희 회장의 와병으로 이 부회장의 승계가 앞당겨질 수 있으니 당연히 승계작업도 앞당겨야 한다고 혼동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은 추가 승계작업 없이도 경영권 승계나 지배력 확보에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대가성'에 일치한 인식을 했는지도 입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승계작업과 관련한 대통령의 직무가 특정되지 않았다는 걸 한 근거로 들었다.
변호인단은 "대통령 직무 중 어떤 부분이 대가 관계가 있는 것이냐"면서 "상대방이 나에게 무슨 직무 행위를 해달라는 것인지 알 수 없으면 인식의 일치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대통령이 삼성의 각종 현안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게 결정적인 근거"라며 "대통령이 해준 게 없고, 특검이 말하는 '말씀자료'에도 '현행 법령상 정부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라고 쓰여 있다"고 지적했다. "특검과 원심의 논리대로라면 대통령이 사기 친 것밖에 안 된다"고도 부연했다.
변호인단은 자신들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로 진경준 전 검사장과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의 뇌물 사건을 들었다.
진 전 검사장의 경우 '수사'라는 직무가 특정됐고, 정 전 총장 사건에서는 대가성에 대한 인식이 드러났는데, 이번 사건에서는 청탁 대상이나 직무 내용 등이 구체화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이 대통령에게 승계작업에 도움을 얻으려 요청했다는 증거는 아무것도 없고, 삼성 관계자가 청와대에 현안 해결을 요청한 적도 없다"며 "결국 나무는 없는데 숲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단독 면담은 성격상 일방적으로 대통령이 지시하는 자리"라며 "대통령이 기업체 활동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요청을 거절하는 건 불가능하고, 사회 공헌활동이라 지원에 나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이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승계하려면 지배구조를 개편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그에 따라 삼성물산 합병 등 개별 현안들을 순차적으로 진행했다고 반박했다.
이에 따라 각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개별 현안과 경영권 승계작업이라는 포괄 현안에 대해 박 전 대통령 측에 명시적인 청탁을 했다는 게 특검 주장이다.
박 전 대통령도 청와대 민정수석실 문건 등을 통해 이건희 회장 와병 후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통령 말씀 자료를 보면 경영권 승계를 도와달라는 명시적인 청탁이 있었다는 게 인정된다"며 "명시적인 청탁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두 사람 사이에 자금 교부에 대한 대가성에서 묵시적, 사전적 양해와 인식이 있었다고 인정돼야 한다"고 했다.
특검팀은 "피고인들은 대통령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회사 운영에 불이익이 올까 우려했다고 진술했는데, 그에 의하더라도 불이익 처분을 하지 말아 달라는 취지에서 대통령 요구를 수용한 것이라 여전히 대가성은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변호인단이 '공익 활동 차원'의 지원이었다고 주장한 데에도 "삼성이 지원한 영재센터나 문화·체육 재단이 사적 단체라는 점은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그런 맥락에서 삼성이 두 재단에 낸 출연금도 부정청탁의 대가로 이뤄진 일이라고 강조했다. 2015년 7월 2차 독대 당시 말씀자료에 주요 현안으로 경영권 승계 문제나 삼성물산 합병, 면세점 현안 등이 정리돼 있던 것을 그 근거로 들었다.
특검팀은 "당시 대통령과 독대한 다른 기업 총수들은 왜 처벌하지 않느냐고 하겠지만, 삼성은 그 이전부터 대통령과 유착 관계가 형성돼 있었고, 직무상 도움을 많이 받아 다른 기업들과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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