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합의 파기보다 혁명수비대 테러단체 지정에 더 예민반응

입력 2017-10-12 18:55  

이란, 핵합의 파기보다 혁명수비대 테러단체 지정에 더 예민반응

정규 군조직 테러조직 지정하면 '정권 교체'로 해석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를 파기하겠다는 식으로 위협하는 가운데 이란 정부는 정작 미 행정부가 정예군 혁명수비대를 외국 테러조직으로 지정하려는 데 더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핵합의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등 친미 진영을 제외하고 유럽 대부분이 지지한다.

미국이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깬다면, 미국에 대한 불신이 커져 당면한 위기인 북핵 문제까지 영향을 받는다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이란은 핵합의를 둘러싼 국제적 지형이 이란에 유리한 데다 핵합의가 이행된 지난해 1월 이후 유럽, 아시아 지역 기업과 신속히 투자, 협력 사업, 에너지 거래를 진행한 터라 이에 대해선 다소 느긋한 분위기다.

설사 미국이 핵합의를 깨도 유럽이 동참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이란엔 유리한 형세다.

그러나 미 행정부가 혁명수비대를 테러단체로 지정하는 문제는 의미가 다르다.

혁명수비대는 이미 경제 제재를 다루는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특별지정제재 대상(SDN)에 포함돼 관련 기업과 개인이 수차례 제재를 받고 있다.

그러나 외국 테러조직으로는 지정되지 않았다. 미 국무부의 외국 테러단체 명단엔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 이슬람국가(IS) 등이 포함됐다.

미 정부는 적성국이라 할지라도 해당 정부의 정규 군사조직을 테러단체로 지정한 적은 없다.

이를 지정하는 순간 그 군사조직을 조직하고 통수하는 정권의 법적, 정치적 정통성을 부정하게 되는 탓이다.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의 이란 전문가 사이드 골카르 연구원은 11일 알자지라 방송에 "혁명수비대를 테러단체로 지정하면 게임은 완전히 바뀔 것"이라면서 "이란은 이를 이란 정권을 교체하려는 미국의 큰 계획으로 여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란 정부도 핵합의 파기에 대해선 미국이 잃는 게 더 많을 것이라고 대응하지만, 혁명수비대 문제는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고 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11일 내각 회의에서 "미국이 화가 난 건 혁명수비대가 중동에서 다에시(IS의 아랍어식 약자)를 격퇴했기 때문"이라며 "다에시가 중동에 20년간 더 존재하기 원하는 자가 혁명수비대에 화내는 것은 당연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명수비대를 테러단체로 지정하려는 것은 트럼프의 '새로운 이란 전략'(정권 교체)의 일부"라고 지적했다. 아미르 하타미 이란 국방장관도 "혁명수비대에 대한 모욕은 정권 전체와 이란 국민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hsk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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