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한 2집 '끝내 바다에' 발표…"사람 간의 정, 삶의 희망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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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수트를 빼입고 우리의 소리를 기품있게 토해내는 소리꾼, 온몸으로 감정을 실어 피아노를 치는 역동적인 연주자. 장르를 파괴한 이색 조합임에도 소리꾼 한승석(49)과 작곡가 겸 연주자, 음악 감독인 전방위 뮤지션 정재일(35)이 만나니 그 자체로 격조 있는 어울림이 생겨난다.
두 사람은 CJ문화재단의 '판소리 세계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14년 1집 '바리 어밴던드'(abandoned)에 이어 2집 '끝내 바다에'를 내놓았다.
1집 당시 가장 한국적인 음악인 판소리와 가장 세계적인 악기인 피아노의 만남으로 한국형 월드뮤직의 탄생이란 평가를 받았던 두 사람은 3년 만에 한층 견고해진 작업물을 들려줬다. 12일 서울 마포구 신정동 CJ아지트 광흥창점에서 열린 이들의 새 앨범 쇼케이스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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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집에서는 바리공주 설화 하나를 모티브로 시대를 성찰했다면, 2집에서는 소설, 시, 시조 등 한국의 문학을 텍스트로 현실을 딛고 사는 이들의 따뜻한 정과 삶의 희망을 노래했다. 두 사람이 함께 작곡하고, 노랫말은 한승석이 맡았다.
이들은 황석영 작가의 대하소설 '장길산'을 바탕으로 '정(情)으로 지은 세상'과 '저 물결 끝내 바다에'란 두 곡을 완성했다. 또 김소월의 시 '왕십리'를 모티브로 한국 사회가 겪는 사회적인 문제를 현실의 언어로 담아낸 '새벽 편의점', 고려 말부터 불린 시조 '오늘이 오늘이소서'의 초장 구절이 사용된 '자장가', 단원 김홍도의 한문 서신과 자작시 일부를 아름다운 선율에 실은 '그대를 생각하다 웃습니다' 등을 채웠다.
한승석은 "1집에서는 신화에 담긴 용서와 화해, 구원 등 무겁고 거룩한 이야기를 했다면 이번에는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 삶의 희망, 위로를 얘기해보고 싶었다. 글재주는 없지만 틈틈이 책을 읽거나 기사를 볼 때 기록해둔 메모에 살을 붙여 가사를 썼다"고 말했다.
'아 어머니 마음 같은 세상/ 아 권세 없는 평등한 세상/ 아 눈물처럼 순수한 세상/ 정으로 지은 세상이야'('정으로 지은 세상' 중)
한승석은 두 곡의 영감을 준 '장길산'에 대해 "대학 시절 읽으면서 음악으로 표현해보겠다고 30년 가까이 가슴 속에 묻어둔 작품"이라며 "사실 이 작업을 하기 위해 판소리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디어 그 숙제를 하고 세상에 내놓게 돼 감회가 깊고 후련하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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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의 볼륨감은 전작보다 한층 도드라진다. 1집에선 판소리와 피아노로 단출한 구성을 했다면, 이번에는 피아노와 기타를 중심으로 국악그룹 '바라지'의 연주, 헝가리 부다페스트 40인조 오케스트라, 15인조 브라스 밴드, 판소리 합창단 등이 풍성하게 소리를 쌓았다.
이들의 협업 과정은 '연구'에 가까울 정도로 섬세했다.
정재일은 "텍스트가 선행해야 하는 작업이었다"며 "전통 선율을 짜기 위해 텍스트를 보고서 떠오르는 선율을 작업했다. 서구적인 어법을 내가 제안하기도 하고 서구적인 선율이 의견을 나누면서 전통 선율로 바뀌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2001년 한국 전통 타악밴드 '푸리'에서 함께 활동하며 만난 두 사람은 16년 지기이자 두 번째 앨범 작업임에도 서로에 대해 새롭게 감탄하는 면이 있었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정재일은 "판소리를 하시지만 그 이전에 사물놀이를 했고 남도 민요, 씻김굿의 요소까지 몸에 지닌 분"이라며 "내가 기타와 피아노를 연주하듯 전통 음악 어법을 갖고 계신 싱어송라이터다. 장길산이란 텍스트를 직접 손을 보고 선율에 담아 노래하셨으니 전통 싱어송라이터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치켜세웠다.
한승석도 "재일 씨가 아니었으면 전통 음악 테두리에서 못 벗어났을 것"이라며 "음악을 다른 각도에서 해석하고 편곡 방식이 대단해 '천재는 천재구나'란 생각이 들었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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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지난해 스위스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에 초청됐고 지난달에는 미국 뉴욕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현지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평창의 밤'에서 공연했다. 영화, 연극, 뮤지컬 등의 음악을 작업하고 가수 박효신 등과도 호흡을 맞추는 정재일은 세계 무대에서 판소리의 힘은 대단히 강력하다는 점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푸리 활동을 하며 적벽가 등을 해석하고 연구하면서 '한국에 이렇게 깊은 소리가 있구나'란 것을 처음 알았다"며 "한번은 독일에서 관객들이 3~4시간 하는 판소리 완창을 한 분도 뜨지 않고 보며 웃는 것을 보고서 판소리가 유니버설 랭귀지이고 유니크한 힘이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한승석은 이번 작업이 시대의 흐름을 좇아 새로운 국악을 만들려는 이들에게 하나의 지표가 되고 참고 자료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정재일도 "전통 음악을 중심 언어로 택해 감동을 주는 음악을 만들려고 노력했다"며 "한국의 성악이 이렇게 아름답다는 것을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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