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EU 재정기여금 구체적으로 제시 안해 협상 교착상태 못벗어나
EU "현 상태에선 정상회의에 미래관계 병행협상 제안할 수 없어"
英 "협상의 확실성 위해 미래관계 논의해야…양측 이익에 부합"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유럽연합(EU)과 영국은 12일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에 관한 5차 협상을 마무리 지었으나 영국이 EU 회원국 시절 약속했던 재정기여금 이행문제를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진전을 보지 못했다.
지난 9일부터 나흘간 진행된 이번 협상에서 양측이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함에 따라 오는 19, 20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영국의 EU 탈퇴 조건과 더불어 브렉시트 이후 양측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한 미래관계에 대해서도 병행 협상하도록 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은 사실상 물을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미셸 바르니에 EU 측 수석대표는 이날 회담을 마친 뒤 데이비드 데이비스 영국 측 수석대표와 한 기자회견에서 몇 가지 사안에 대해선 건설적인 논의가 있었지만, 핵심 이슈에선 큰 진전이 없었다며 특히 영국 측이 이른바 이혼합의금으로 불리는 재정기여금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바르니에 대표는 영국의 EU 재정기여금 문제와 관련 "이 문제에 대해 우리는 교착상태에 빠졌다"면서 "이는 유럽에 있는 수많은 프로그램 실행자들을 무척 곤란하게 하는 일일 뿐만 아니라 유럽의 납세자들도 어렵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르니에 대표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지난달 22일 피렌체에서 행한 연설에서 영국이 EU에 했던 재정 관련 약속을 존중하겠다고 말한 사실을 거론하며 "그러나 이번 주 협상에서 영국은 여전히 이런 약속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시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반복해서 이 문제에 대해 협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점을 근거로 나는 현재 처한 상황에서는 다음 주 열리는 EU 정상
회의에서 우리가 미래관계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당초 영국을 제외한 27개 EU 정상들은 내주 정상회의에서 브렉시트 협상에 대해 보고를 받고 지금까지 협상에서 영국의 EU 탈퇴 조건과 관련된 3개 핵심 쟁점에 충분한 진전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양측간 FTA 등 미래관계에 대해서도 병행해 협상하는 '2단계 협상'에 진입하도록 할 계획이었다.
EU가 내세우는 3가지 핵심 쟁점은 브렉시트 이후 양측 진영에 잔류하는 양측 국민의 권리, 영국의 EU 재정기여금,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 간 국경문제 등이다.
바르니에 대표는 그러나 "정치적 의지만 있다면 향후 두 달 안에 결정적인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전히 확신한다"며 연말까지는 영국의 EU 재정기여금 문제를 비롯한 3대 쟁점에 큰 진전이 있기를 기대했다.
아울러 그는 영국 정부 내부에서 오는 2019년 3월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이른바 '노 딜(NO DEAL)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데 대해 "노 딜은 아주 나쁜 협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데이비스 영국 수석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브렉시트 협상에서 미래관계에 대해서도 병행해 논의돼야 한다며 내주 EU 정상회의 때 EU 지도자들이 '2단계 협상 진입'을 결정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데이비스 대표는 "나는 EU 회원국들이 우리가 협상에서 거둔 진전을 인정하고 메이 총리의 피렌체 연설 정신에 따라서 앞으로 나가는 조처를 하기를 바란다"면서 "그것이 유럽과 영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브렉시트 협상에) 확실성을 제공하기 위해선 우리의 미래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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