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알레르기 비염, 두드러기 같은 알레르기 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항히스타민제 클레마스틴 푸마레이트(clemastine fumarate)가 중추신경계 질환인 다발성경화증(MS)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다발성경화증이란 면역체계가 뇌와 척수 등 중추신경계를 산발적으로 공격해 발생하는 일종의 자가면역질환으로 평형, 운동, 시력, 언어, 감각, 성 기능, 배뇨, 배변 장애 등이 주요 증상으로 나타난다. 현재 완치방법은 없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 의대 다발성경화증-신경염증센터(Multiple Sclerosis and Neuroinflammation Center) 의료실장 아리 그린 박사는 항히스타민제 클레마스틴 푸마레이트가 다발성경화증으로 손상된 뇌 기능을 회복시킬 수 있다는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고 UPI통신이 12일 보도했다.
다발성경화증의 가장 일반적인 유형인 재발-완화 반복성 MS 환자 50명에게 이 약을 투여한 결과 신경세포 사이에 전기신호를 전달하는 미엘린 수초의 기능이 개선되면서 신호전달 속도가 빨라졌다고 그린 박사는 밝혔다.
미엘린 수초란 신경섬유를 보호하기 위해 전선의 피복처럼 둘러싸고 있는 보호막으로 MS는 면역체계가 이 신경 수초를 공격, 신호전달을 방해함으로써 발생한다.
그린 박사는 이들에게 5개월 동안 클레마스틴 푸마레이트를 투여하면서 시각유발전위검사(VEP: visual evoked potential)를 통해 신경세포의 신호전달 속도가 빨라지는지를 관찰했다.
VEP는 시각을 담당하는 뇌 부위의 신경신호 전달 속도를 측정하는 검사로 MS 환자들에게 스크린에 깜빡이는 패턴(flickering pattern)을 보여준 뒤 시각을 담당하는 뇌 부위가 있는 머리 뒤쪽에 전극을 장치, 시각정보가 뇌에 전달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를 측정한다.
결과는 클레마스틴 푸마레이트가 투여된 뒤 눈의 시각정보가 뇌에 전달되는 속도가 전보다 훨씬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 박사는 항히스타민제로 널리 처방되는 클레마스틴 푸마레이트가 신경세포의 미엘린 수초의 재생을 촉진, 신경세포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작용을 한다는 연구결과가 전에 발표된 일이 있다면서 이를 근거로 이번 임상시험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MS로 손상된 신경세포의 결함을 약으로 반전시킨 경우는 이번 연구가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 연구결과는 영국의 의학전문지 '랜싯'(Lancet) 최신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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