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작가' 초대전 개막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비슷한 머리 모양과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이 얼굴이 '지워진 채' 무리 져 있다. 눈·코·입이 없지만, 캔버스를 빼곡히 채운 학생들의 표정 하나하나를 왠지 상상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이상원(39) 작가는 지난 10여 년간 교복 차림의 학생들, 군복을 입은 군인들, 취미 생활을 공유하는 동호회 멤버 등 우리 사회의 독특한 집단적 풍경을 주목해왔다.
표정이 지워진 채 똑같은 복장을 한 사람들의 모습을 표현한 단색조 회화는 군중의 일부로, 익명으로 존재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올해 서울 신문로 성곡미술관 '내일의 작가'로 선정된 이상원 작가는 13일부터 11월 19일까지 성곡미술관에서 초대전 '이상원: 더 칼라스 오브 더 크라우드'를 열고 회화, 영상, 설치 등 60여 점을 선보인다.
비교적 전통적인 회화 작업을 고수하는 작가는 작업할 때 사진을 활용한다. 휴양지, 경기장, 집회현장 등 군중이 모이는 다양한 장소들을 하이 앵글 시점에서 촬영한 뒤 이를 회화 작업의 바탕으로 삼는 것이다.
과거에는 여가를 즐기는 현대인 모습을 많이 담아냈다면, 마흔을 앞두고서부터는 정치적, 사회적 목적을 공유하는 집단의 움직임을 회화적으로 표현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신작 '군중' 두 작품은 각각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의 현장을 포착했다.
성곡미술관은 "이상원은 사진을 이용함으로써 대중오락, 관광, 사회·정치적 사건들을 예술 영역으로 쉽사리 끌어들인다"면서 "흔히들 사진 이미지에서 찾아볼 수 없다고 여겨지는 추상성 등의 효과를 회화를 통해 덧씌운다"고 말했다.
문의 ☎ 02-737-8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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