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금니 아빠'에 놀아난 복지감시망…차명 재산에 속수무책

입력 2017-10-13 15:27   수정 2017-10-13 16:33

'어금니 아빠'에 놀아난 복지감시망…차명 재산에 속수무책

복지부 "부당수급 의심제보 철저 조사하겠다"

김명연 의원 "6년간 기초생활 부정수급으로 샌 돈 789억원"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딸 친구를 살해해 유기한 혐의를 받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씨가 외제차를 몰면서도 국가로부터 월 160만원 가량의 복지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부정수급 방지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13일 복지 당국 등에 따르면, 이씨는 2007년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된 이래 지난 9월까지 관할 구청에서 각종 복지 혜택을 챙겨왔다.

생계급여는 매달 109만원(3인 가구 기준)을 받고, 의료비·주거비·교육비 지원에 통신요금·TV 수신료 할인 등의 혜택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한 직업이 없고 고급 외제차를 끌고 다니는 등 호화생활을 해왔지만, 자기 명의의 재산과 소득을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희귀병인 '거대백악종'을 앓는 이씨는 수술받을 돈이 없다고 호소해 모금한 돈을 생활비로 쓴 것으로 추정된다.

이씨는 지적장애와 정신장애 등급을 함께 받았고, 이같은 '중복장애' 판정에 따라 월 28만6천50원의 장애인연금도 받았다.

여러 대의 외제차를 보유했다는 정황이 있지만, 이씨가 기초생활수급자로 계속 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배기량이 1천999cc인 승용차 1대만 자신 명의로 등록했기 때문이다.

자동차 가격과 상관없이 배기량 2천cc 미만 차량이면 생계를 위한 최소한의 재산으로 판단하는 현행 제도의 허점을 노린 행위로 추정된다.

복지부는 부정수급을 방지하기 위해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인 '행복e음'을 공적 자료와 연계해 수급자가 수급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수급 대상자나 부양의무자의 소득과 재산 확인에 필요한 자료를 가진 국민건강보험 등 공적 기관의 전산망과 연결되어 있다.

만약 수급 기준을 넘어서는 소득과 재산이 발견되면 수급 대상에서 탈락시키고 지원금 환수 절차에 들어간다.

복지부는 또 1년에 두 차례 민간금융기관에서 수급자의 금융재산 정보를 받아 수급자의 소득과 재산을 재산정한다.

이같은 장치에도 불구하고 이씨가 10년간 수급자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은 거대백악종 치료비 명목으로 거둔 돈을 차명 통장 등으로 관리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본인과 가족의 재산을 숨기거나 적게 신고해 기초생활보장 급여를 받은 사람은 이씨 뿐만이 아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명연 의원이 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초생활 부정수급 규모는 2012년부터 올해 8월 말 현재까지 789억원에 달했다.

김 의원은 "복지 지출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부정수급으로 새는 정부 예산을 최소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가용할 수 있는 모든 공적 자료를 망라하고 있는 행복e음을 뛰어넘는 시스템을 만들기가 어렵고, 170만명에 달하는 수급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확인조사 역시 가능하지 않아 묘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동교 복지부 기초생활보장과장은 "재산·소득을 차명으로 관리하거나 고의로 숨기면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찾기가 어렵다"며 "행복e음 등을 통해 행정적으로 관리를 해나가면서 부당수급 의심 제보는 철저하게 조사하는 방식으로 예산 낭비를 막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withwi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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