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조각보다 더 매력적인 당신"…'B컷' 드로잉의 세계

입력 2017-10-13 14:32   수정 2017-10-13 16:02

"회화·조각보다 더 매력적인 당신"…'B컷' 드로잉의 세계

금호미술관 기획전 개막…문성식·허윤희·백현진 등 10명 참여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B컷 공개'라는 문구가 회자한다. B컷은 사진작가나 모델의 의도와 다르다는 이유 등으로 '탈락'한 사진들을 칭한다. 언젠가부터 대중은 흠잡을 데 없는 A컷보다 B컷을 더 매력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서울 종로구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13일 개막한 'B컷 드로잉'은 오랫동안 예술 작품의 'B컷'으로 인식됐던 드로잉을 전면에 내세운 전시다.

금호미술관 담당 큐레이터는 13일 기자간담회에서 "과거에는 드로잉이라고 하면 회화나 조각의 미완성 단계, 습작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는데 오늘날은 더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존재로서 주목받고 있다"고 밝혔다.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미술관 전관을 다 쓰는 이번 전시에는 노상호, 문성식, 박광수, 백현진, 심래정, 이정민, 이해민선, 장종완, 지니서, 허윤희 등 뚜렷한 작품 색을 보여주는 작가들 10명이 참여했다.

이들 작가는 드로잉 특유의 자유로움을 적극 이용, 다양한 매체와 기법으로 제작한 작품 80여 점을 선보인다.

재료가 이채롭다. 목탄, 먹, 아크릴뿐 아니라 장판지, 간판 등 드로잉 재료가 될 수 있다고 언뜻 생각되지 않는 재료들을 사용한 작품들이 많다.






지니서, 이정민, 허윤희, 이해민선 작가가 참여한 1·2층 전시장은 드로잉과 수행을 연결짓는다.

2층 전시장에 올라서면 거대한 새 한 마리가 푸드덕댄다. 경복궁이 내다보이는 작은 차창 밖으로 세상을 구경하려는 것인지, 전시장을 벗어날 궁리를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목탄으로 벽면에 그림을 그리고, 이를 닦고 문지르고, 또 그 위에 그리면서 만든 허윤희 작가의 대형 벽화 '새-경계를 넘어'(2017)다.

전시장에서 만난 허 작가는 "우리는 많은 경계와 장애, 장벽 안에서 살아가면서 자유로움을 꿈꾼다"라면서 "그것이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존재방식이라는 생각에서 경계를 넘어 날아오르는 듯한 새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나무를 불태워 만든 목탄의 잔재가 전시장에 떨어지면서, 의도하지 않은 듯한 또 다른 바닥화를 만들어낸 점에 눈길이 갔다.

박광수, 문성식, 심래정 작가가 만든 지하 1층 전시장을 관통하는 주제는 '기억'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축적된 다양한 기억과 또 이를 기반으로 한 상상에 기대어 창작된 드로잉은 보는 이에게 따스함과 울림을 함께 준다.

3층 전시장은 드로잉을 통해 관람자에게 세상을 어떻게 지각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라피티부터 연필 드로잉까지 망라한 백현진, 전시 공간을 하나의 숍으로 만들어낸 노상호, 다양한 매체로 현실의 불안함을 담아내는 장종완 등이 참여했다.

전시는 12월 31일까지. 문의 ☎ 02-720-5114.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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