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정당이 국민에게 약속한 개헌 시한이 13일로 꼭 8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19대 대선 과정에서 문 대통령과 각 당 대선후보들은 한목소리로 내년 6월 13일에 치러지는 지방선거 때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공약했다. 지난 1월 출범한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는 전체회의 17회, 소위원회 18회, 권역별 헌법개정 국민대토론회 11차례를 개최해 의견을 수렴했다. 개헌특위는 지난 11일 전체회의를 열어 내년 2월까지 특위 차원의 개헌안을 마련하고, 3월 중 개헌안을 발의한 뒤 5월 24일까지 개헌안에 대한 국회 본회의 의결 절차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개헌특위는 오는 20일 자문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이달 말까지 자문안을 만들기로 했다. 이어 국정감사가 끝나는 11월 기초소위원회를 구성해 주요 쟁점에 대한 합의안을 도출하고 조문화 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개헌특위가 가동 9개월 만에 구체적인 개헌 일정을 내놓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내년 2월까지 4개월 보름 남짓 남았는데 그 기간에 특위 차원의 개헌안을 확정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권력구조, 지방분권 등 주요 쟁점에 대한 여야의 입장차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개헌특위가 최근 작성한 '헌법개정 주요 의제'에 따르면 개헌 관련 쟁점은 총 11개 분야의 62개 항목이다. 이 가운데 특위 위원들이 '대체로 공감한다'고 분류한 쟁점은 29개에 그쳤다. 나머지 가운데 17개 쟁점은 찬반으로 엇갈리고, 16개 쟁점은 찬반 없이 위원들 각자 의견을 제시한 상태라고 한다. 특히 권력구조에 대해 여당은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선호하는 반면 야당은 분권형 대통령제(이원집정부제)에 방점을 두고 있어 합의점을 도출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또 5·18 민주화운동과 6·10 민주항쟁 등을 헌법 전문에 추가할지에 대해서도 여야 간 의견이 엇갈린다.
이런 상황에서 개헌을 내년 지방선거 이후로 늦추자는 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발언은 개헌 논의에 혼선을 주고 있다. 홍 대표는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같은 날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한 뒤 개별 언론 인터뷰에서도 잇따라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홍 대표의 지방선거-개헌 국민투표 분리론은 선거의 유불리를 따진 발언으로 보인다.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하면 지방선거 투표율이 올라가, 민주당보다 지지도가 낮은 한국당이 불리할 것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 하지만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홍 대표도 대선 후보 시절 동의했던 사안이다. 개헌특위에 한국당 의원들이 참여하고 있고 위원장도 한국당이 맡고 있다. 갑작스러운 홍 대표의 개헌 국민투표 연기론은 정략적 발상이라는 비판에 휘말릴 수 있다. 당장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13일 "홍 대표의 돌출적 주장은 책임 있는 야당 대표로서 부적절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권력분산과 지방분권 실현을 위한 개헌은 국민적 여망이다. 1987년 6·10 민주항쟁으로 탄생한 현행 헌법은 30년간의 시대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국민과 정치권의 대체적인 평가다. 중앙일보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78.4%, 국회의원의 88.8%가 내년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를 통해 개헌안을 통과시키는 데 찬성했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 5년 단임제로 평화적 정권교체의 기반을 닦았지만, 대통령 1인에게 권한이 집중됨에 따라 '승자독식' '대결정치 심화'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은 여야 정당과 대선 후보들이 국민과 약속한 공약이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골든 타임'을 놓치면 문 대통령 임기 중 개헌은 물 건너가고, 그 책임은 정치권에 돌아갈 것이다. 여야 각 정당과 국회 개헌특위는 국민과의 준엄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개헌 논의에 속도를 내기 바란다. 정치인들도 개헌 약속을 깨는 발언을 삼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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