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작가, 자화상을 그리다…'사랑의 온도'·'이번 생은'

입력 2017-10-14 10:00   수정 2017-10-14 10:15

드라마 작가, 자화상을 그리다…'사랑의 온도'·'이번 생은'

신인 작가의 비애·연출자와의 갈등 세밀하게 묘사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드라마 작가들이 자신들의 자화상을 세밀하게 그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동시간 경쟁하는 SBS TV 월화극 '사랑의 온도'와 tvN 월화극 '이번 생은 처음이라'가 나란히 TV 드라마 작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들의 세계를 파고든다.

그간 방송가를 무대로 한 드라마는 종종 만들어졌지만, 신인 작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 작품은 이례적이다. 두 드라마는 각기 멜로와 로맨틱 코미디라는 큰 틀을 취하고 있어 기본적으로 사랑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작가들은 그 안에서 여주인공의 직업을 '신인 드라마 작가'로 설정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 신인 드라마 작가의 세계…"공모 당선이 끝이 아냐"

'사랑의 온도'와 '이번 생은 처음이라' 모두 오랜 보조 작가 생활을 거쳐 이제 갓 작가로 데뷔하거나 데뷔를 앞둔 인물이 주인공이다.

'사랑의 온도'의 하명희 작가와 '이번 생은 처음이라'의 윤난중 작가는 신인 작가들의 비애를 각종 에피소드를 통해 비교적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베테랑 작가의 밑에서 온갖 잔심부름을 하고, 자존심 죽이면서 비위를 맞추고, 모욕과 좌절도 당하면서도 작가 데뷔 날만을 기다리는 신인 작가의 이야기는 상당히 사실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베테랑 작가의 캐릭터에 다소 과장스러운 붓터치가 있을 수는 있지만, 이들의 작업 환경은 수십년째 같다.

보통 메인 작가 1명에 보조 작가 2~3명이 조를 이뤄 드라마 한편을 하는 동안 방송국 근처에서 합숙하면서 짧게는 3~4개월, 길게는 1년을 함께 지낸다. 보조 작가 중에서도 '퍼스트'는 오랜 기간 메인 작가와 보조를 맞춰오며 이야기를 함께 구상하고, 그 아래 작가들은 주로 자료 취재 등을 담당한다.





'사랑의 온도' 제작사 관계자는 14일 "하명희 작가님이 신인 작가들이 겪는 에피소드를 보여주고자 한 듯하다"며 "각종 공모를 통해 많은 당선 작가들이 나오지만 실제로 데뷔하기까지는 정말 힘든데 그런 과정을 우리 드라마가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조 작가의 주 업무 중 하나는 '돈을 벌어오는 것'이라는 대사처럼, 요즘 보조 작가들에게는 간접광고(PPL)를 드라마 사이사이 녹여내는 일이 주 업무로 떨어지기도 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제는 나란히 이름 있는 작가가 된 하명희 작가와 윤난중 작가가 극 중 '베테랑 작가'의 캐릭터를 비꼬고 있는 점이다. '사랑의 온도'에서는 권위적이고 이기적인 안하무인 작가로 그리고 있으며,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서는 오로지 시청률을 올리는 공식에 맞춰 '막장 드라마'를 쓰는 작가로 그린다.





◇ PD와의 갈등…"방송 도중 작가 교체는 지금도 진행 중"

드라마 작가는 방송 도중 시청자의 반응을 살피면서 연출자인 PD와 긴밀하게 손발을 맞춘다. 시청률 추이에 따라 대본을 수정하기도 하고, 연출자와 의견이 안 맞아 싸우기도 한다.

그러다 최악의 경우는 작가가 교체되기도 하는데, 신인 작가의 경우 그럴 위험을 늘 안고 있다.







'사랑의 온도' 제작 관계자는 "과거에는 방송 도중 연출자와의 갈등으로 신인 작가가 교체되는 일이 실제로 많았다"며 "시청률에 민감한 PD가 방송 도중 이야기의 방향을 틀어버리면 베테랑 작가의 경우는 능수능란하게 대처하는데, 신인 작가의 경우는 소위 '멘붕'이 온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작가가 교체되거나, PD가 데리고 온 다른 작가와의 공동 집필이 이뤄져도 방송이 끝날 때까지 외부에서 모르고 넘어갈 때도 많았다"며 "그러나 요즘에는 그런 경우를 잘 못 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의 말과 달리 최근에도 PD와의 갈등으로 작가가 교체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실제로는 다른 작가가 집필을 하면서 '감수'라는 이름 아래 위장하기도 하고, PD가 직접 대본을 다 수정하기도 한다.

대본은 나왔으나 PD가 다 뜯어고치는 바람에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는 경우는 지금도 심심치 않다. 그런 와중에 PD가 급하다는 이유로 자신의 아내를 '대체 작가'로 투입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사랑의 온도'에서는 신인 작가의 드라마 방송 도중 다른 작가가 투입되는 이야기가,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서는 신선하다며 채택된 신인 작가의 대본이 기성 작가의 '감수'에 의해 뻔한 막장 드라마로 둔갑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 황석정, 베테랑 작가로 겹치기 출연 해프닝도

한편, '사랑의 온도'와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이외에도 공통 분모가 몇 가지 더 있다.







배우 황석정이 두 드라마에 나란히 베테랑 작가로 얼굴을 내밀었다는 점이다. '사랑의 온도'에서는 4회,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서는 3회 특별출연 혹은 카메오 형식으로 참여한 황석정은 때가 묻을 대로 묻은 기성 드라마 작가의 모습을 재치있게 그려내고 있다.

이 두 작품은 나란히 월화극으로 같은 시간에 방송되고 있다. 이 때문에 황석정이 동시간대 두 채널에, 심지어 같은 역할로 겹치기 출연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둘 다 초반에만 출연하고 빠지는 역할이라 문제가 그케 부각되지는 않았다.

황석정의 매니저는 "처음에는 '사랑의 온도'와 '이번 생은 처음이라'의 방송 시간이 겹치지 않았는데 나중에 편성이 겹쳐 우리도 당혹스러웠다"고 밝혔다.

이어 "두 작품 모두 과거 인연을 맺은 PD로부터 출연 부탁이 왔다"며 "황석정 씨가 둘 다 드라마 작가라 다르게 표현하려고 신경을 많이 쓰셨다"고 전했다.

신인 작가의 이름이 모두 중성적이라는 점도 공교롭게 같다. '사랑의 온도'는 이현수,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윤지호다. 최근 본명을 숨기고 중성적인 필명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이 늘고 있는 세태가 반영된 듯도 하다. 두 드라마 모두 여주인공의 이름을 남자 이름으로 착각할 수 있는 작명을 이용한 에피소드도 선보였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