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제가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여러분들 덕분입니다."
원로 배우 신성일(80)은 13일 밤 부산 해운대구 파크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 회고전의 밤'에서 미소를 잃지 않았다.
임권택, 정지영, 정진우, 강우석, 강제규, 이원세, 김수용, 이두용 감독을 비롯해 이해룡, 김희라, 안성기, 윤정희, 거룡, 허기호, 김국현, 태일, 박동용, 현길수 등 영화계 선후배, 동료 200여명이 행사장을 가득 메우자 감격스러운 듯했다. 옛 동지들을 볼 때마다 "여기서 보다니…"라며 함께 사진을 찍었다.
올해 한국영화 회고전의 주인공으로 무대 위에 오른 그는 "1960∼70년대 함께 일했던 촬영감독, 조명감독 등 동지들이 있었기에 제가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면서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건강한 신성일의 모습으로 계속 찾아뵙겠다"고 말했다.
마이크를 잡은 그는 회고전에 출품된 자신의 영화 한편 한편을 거론하며 당시의 에피소드를 회상했다.
신성일은 임권택 감독의 '길소뜸'(1985)을 떠올리며 "그 당시 제가 근육질로만 몸무게가 85㎏이 나갔다. 그러나 시나리오를 보니 이산가족의 아버지로서 자기 식구를 찾으려는 주인공인데, 그 몸무게로는 도저히 할 수 없어 밀가루, 흰설탕, 쌀밥을 안 먹고 3개월 만에 17㎏을 뺐다"며 "모든 영화 한편 한편에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신성일은 오랜 세월 건강하고 날렵한 육체와 조각 같은 얼굴로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였다.
'맨발의 청춘'(1964), '떠날 때는 말 없이'(1964), '위험한 청춘'(1966), '불타는 청춘'(1966) 등 수많은 청춘영화가 그를 최고의 스타로 만들어줬다. 특히 '맨발의 청춘'은 신성일의 카리스마와 반항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기여했다.
영화평론가 김종원 씨는 "1950∼60년대 신성일의 인기는 미국의 제임스 딘, 프랑스의 알랭 들롱과 비교될 정도로 톱스타의 반열에 올랐다"고 평했다.
신성일은 1970년대 이후에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했다. '별들의 고향'(1974), '겨울 여자'(1977), '길소뜸'(1985) 등은 청춘의 이미지를 벗어나서도 여전히 호소력을 갖는 신성일의 존재감을 보여준다. 주연 배우로만 500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했다.
2013년 '야관문: 욕망의 꽃'이라는 영화의 주연을 맡기도 했던 그는 최근에 폐암 투병 중인 사실이 알려졌다. 그러나 전날 개막식에 이어 이날도 비교적 건강한 모습과 함박웃음으로 자리를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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