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빼고 모두 이란핵합의 지지…심판기구도 "트럼프 틀렸다"(종합)

입력 2017-10-14 15:34   수정 2017-10-14 15:40

美 빼고 모두 이란핵합의 지지…심판기구도 "트럼프 틀렸다"(종합)

트럼프 "이란이 위반" 합의 무력화 시도에 IAEA "이란 준수했다" 판정

英·佛·中·러·EU "우린 지킨다"…이란숙적 사우디·이스라엘 환영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장재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이란의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개시하자 국제사회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이란이 합의를 준수하고 있지 않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판단을 심판 역할을 하는 국제기구가 정면으로 배척했고, 협상에 참여한 주요 당사국들은 모두 합의를 준수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핵합의 준수 감독기관인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아마노 유키야(天野之彌) 사무총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란이 여러 차례 협정을 위반해 이행을 인증할 수 없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란이 한 핵 프로그램 관련 약속들은 현재 이행되고 있다"며 "이란은 세계에서 가장 탄탄한 핵 검증체제의 대상이다"라고 강조했다.

IAEA는 핵합의가 체결된 지난 2015년 이후 수차례의 사찰을 통해 이란의 합의 준수 여부를 확인해왔다.

미국은 핵합의와 연관된 자국 내 법규에 따라 대통령이 90일에 한 번씩 의회에 이란이 합의를 위반하지 않았는지 판단해 통보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두 차례 이란이 핵합의를 준수하고 있다고 인증했으나 세 번째 통보 마감일인 15일을 앞두고 "이란은 여러 차례 협정을 위반했다"며 불인증을 선택했다.

이에 따라 의회는 핵합의 때 이란이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중단하는 대가로 해제한 경제제재를 복원할지를 60일 이내에 결정해야 한다.


미국과 함께 이란 핵합의에 참여한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독일 등 주요 5개 당사국은 우려를 표하고 협정 이행 의지를 재확인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 직후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프랑스는 이란 핵합의에 계속해서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이란을 방문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엘리제 궁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의 결정은 이란 핵 합의를 종결시키지 못할 것이다"라며 "프랑스는 이러한 약속을 계속해서 지킬 것이다"라고 말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불인증' 선언 직후 공동 성명을 내고 "3개국 모두 협정을 완전히 이행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도 핵합의 유지를 위해 미국과 대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당연히, 이 문제를 미국 측과 이야기할 것이다"라며 "우리는 대량살상무기 비확산과 같은 주요한 분야에서 외교적 노력이 만들어낸 중요한 성취를 지켜야 한다는 공동의 목표가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뒤 아직 성명을 내지 않았으나 그간 합의를 준수하라고 미국에 촉구한 바 있다.

핵합의 타결의 주역 가운데 한 명인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공동대표는 "EU와 세계가 작동하고 있는 핵합의를, 특히 이 시점에서 폐기할 수는 없다"고 준수를 촉구했다.

다른 주역인 존 케리 전 미국 국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아주 무모하고, 분열적"이라며 "국제적 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올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반핵단체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도 미국의 결정은 국제사회의 핵 억제 노력을 저해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ICAN은 이날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핵합의 이행 인증을 거부한 것은 핵 확산을 부추길 것"이라며 "이는 핵 위협을 제어하기 위한 합의가 성립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하고, 핵사용 위험을 크게 만들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슬람 시아파 맹주인 이란의 앙숙인 수니파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과 적대관계를 이어가는 이스라엘은 쾌재를 불렀다.

사우디 정부는 이날 국영 TV를 통해 성명을 내고 "이란의 공격적인 정책과 같은 공통의 위협에 직면한 중동 지역 동맹들과 함께 일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트럼프의 행동은 "용기 있는 결정"이라고 치켜세우며 "그는 이 나쁜 협상을 수정하고, 이란의 공격을 제어할 기회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vivid@yna.co.kr,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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