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사실상 '대북협상 무용론' 피력…상황관리 방안 논의될 듯
한미 FTA 놓고 두 정상 간 이견 노출 가능성 배제할 수 없어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다음 달 초 한국을 찾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정상회담 개최가 확정된 가운데 한미 정상 간에 어떤 대화가 오갈지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6월과 9월, 각각 워싱턴과 뉴욕에서 두 차례 열린 데 이은 세 번째 한미 정상회담인 만큼 개최만으로도 전통적인 우방으로서의 한미 간 우호 관계와 협력을 재확인하는 의미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큰 사안인 북핵 문제 해결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놓고 두 정상이 진전된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문제 해결의 대원칙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할지라도 각론에서는 미묘한 차이를 보이거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대목이 곳곳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의 경우 9월 뉴욕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최고의 압박과 제재를 심화한다는 데 공감하는 등 외교적 해결 기조 유지에 의견을 모은 바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의 완전 파괴'를 거론하면서 제기된 한미 공조 균열 우려를 불식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두 번째 정상회담이 있은 후 한 달 남짓한 기간에 미국에서 '대북 군사적 옵션' 발언이 잇따라 나오는 등의 상황 변화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트위터를 통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에게 '로켓맨과의 협상은 시간 낭비'라고 말했다는 사실을 공개하는 등 사실상의 '대북협상 무용론'을 잇따라 거론해 왔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강도 높은 대북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는 동시에 한반도 내 안정적인 상황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옵션을 언급한다 하더라도 한미 간 공감대가 형성된 '최대한의 대북 압박·제재를 통한 대화 유도' 전략의 중요성을 재확인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지켜내는 것이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13일 문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와의 만찬 회동에서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에 따른 대화 기조 유지 방침을 재확인했다.
사실상 개정협상 절차에 들어간 FTA의 경우 지속적으로 문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를 '끔찍한(horrible) 협상'이라고 표현한 만큼 이번에도 한국과의 무역 불균형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할 확률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에서의 두 번째 정상회담 당시에도 "우리의 무역협정에 미국에 너무 나쁘고 한국에 너무 좋다는 사실 때문에 모두에게 도움이 되게 바로잡는 노력을 할 것"이라며 직접적으로 개정협상을 요구한 바 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도 공개적인 석상에서 FTA 개정을 압박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 때문에 한미 FTA가 교역 확대, 시장 접근성 향상, 투자·일자리 창출 등 양국에 이익이 된다고 언급해 온 문 대통령과 불가피하게 이견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문 대통령은 9월 뉴욕 방문 당시 미국 투자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은 성실히 협상에 임할 것이며 미국과 열린 자세로 대화할 것"이라면서도 "한미 FTA의 호혜성에 대해 정당한 평가를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결국 문 대통령은 한미 간 첨예하게 이해가 엇갈리는 FTA 개정협상과 관련해서는 양국 경제의 영향에 미치는 경제효과를 정확히 분석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저자세'는 지양하는 태도로 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1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한미 FTA 폐기까지 염두에 두고 준비했다"며 "미국 안이 너무 심하면 못 받아들인다"고 말한 것도 이런 예상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인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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