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협약 이행과 현행 에너지 산업과의 균형점 강조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에너지 정책 및 환경 정책이 일자리 문제와 연관될 경우 잇따라 보수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대기 오염을 줄이고 미래 산업으로의 전환을 위해 전향적인 조치를 취할 경우, 기존 일자리에 악영향을 미쳐 지지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 탓으로 보인다.
14일 현지언론(현지시간)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지난 12일 하노버에서 열린 광산·에너지 노조(IG BCE) 총회에서 탈석탄화에 대해 신중히 진행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메르켈 총리는 기후변화협약의 이행과 현행 에너지 산업과의 긍정적인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탈석탄화의 추진 과정에서 관련 분야 종사자들의 입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독일에서는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90년 보다 40% 감축하기로 한 기후변화협정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는 데다, 대기오염 문제가 더욱 중시되면서 석탄화력의 감축 또는 폐쇄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독일은 2022년까지 탈원전을 선언하며 급속히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고 있지만, 석탄화력은 여전히 전체 발전량의 40%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총선 과정에서도 '디젤 스캔들'이 쟁점화되자 자동차 업계 경영진의 도덕성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도, 디젤차의 퇴장과 전기차 시대로의 이른 전환에 대해서는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메르켈 총리는 당시 "디젤엔진을 악당 취급해선 안 된다"면서 "우리는 환경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디젤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비슷한 시기에 영국 및 프랑스 정부가 2040년 내연기관 엔진을 금지하겠다는 공언한 것과 달리, 타임 테이블을 제시하지 않은 채 2020년까지 전기차를 100만대 보급하겠다는 기존 정책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메르켈 총리의 경쟁자였던 마르틴 슐츠 사회민주당 대표가 유럽연합(EU)에 전기차 쿼터제를 도입하는 등 전기차 시대로의 전향적인 전환을 공약했다.
메르켈 총리의 이런 입장은 자동차 산업이 89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하는 점을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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