롬바르디아·베네토주…"카탈루냐 독립투표와는 성격 달라"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스페인이 카탈루냐의 분리 독립 투표 이후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이탈리아 북부의 2개 주가 1주일 후 자치권 확대를 요구하는 주민투표를 실시한다.
이탈리아 최대 경제 도시 밀라노를 주도로 하는 롬바르디아 주와 베네치아, 베로나 등이 속해 있는 베네토 주는 오는 22일 나란히 자치권 강화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치른다.
고도의 산업 클러스터가 다수 위치한 이 두 개 주는 합쳐서 이탈리아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하는 부유한 지역으로, 반(反)난민, 반(反)유럽연합을 주장하는 극우 성향의 북부동맹(LN) 소속 주지사가 이끌고 있다.
두 지역의 주지사는 지역에서 거둔 막대한 세금이 중앙정부에 흡수돼 낙후된 남부를 지원하는 데 흘러들어가는 것에 반발하는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대변해 주민투표를 치르기로 결정했다.
당초 이들 지역은 이번 주민투표에서 이탈리아에서 분리 독립하는 것을 원하는지를 물으려고 했으나, 이런 질문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 판정을 받으며 이번 투표는 단순히 포괄적인 자치권 확대를 묻는 것으로 변경됐다.
이런 이유로 이탈리아 북부 2개주의 주민투표는 분리 독립 여부를 물었던 카탈루냐의 주민 투표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평가다.
마테오 살비니 LN 대표는 "롬바르디아와 베네토의 주민투표는 국가의 승인을 받은 것으로 카탈루냐와는 방향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살비니 대표는 "우리의 투표는 분리 독립을 묻는 것이 아니라 예산 지출과 교육, 대학, 자연 재해 대처 등에서 더 큰 권한을 얻느냐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주민투표는 가결되더라도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LN은 주민투표가 압도적으로 통과될 경우 세금 분담 등의 예산 문제에 있어 중앙정부에 대한 이 지역 정부의 교섭력을 높이고, 내년 봄으로 예정된 총선을 앞두고 LN의 지지율을 높이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N은 현재 14% 안팎의 지지율로 이탈리아 정당 가운데 제1야당 오성운동, 집권 민주당에 이어 3∼4위의 지지율을 달리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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