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간낭비' 발언에 "너무 불안"…"트위터서 전쟁·핵무기 언급 안돼"
(워싱턴·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이승우 특파원 = 지난해 대선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은 1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각을 세우고 군사 옵션을 언급하는 등의 자극적 언행을 하는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강경 정책이 동북아시아에서 핵무기 경쟁을 유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이날 CNN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언행을 지적하면서 "그것은 김정은의 손에 놀아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정은의 이름을 부르며 적대시하는 트윗을 올리는 미국 대통령에게 김정은이 맞보복하는 방식은 김정은에게 매력적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우리가 해온 일은 김정은을 과대 포장하고, 김정은이 가질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정통성을 부여한 것"이라며 "이는 김정은의 국민이 어떻게 대우받는지를 고려할 때 매우 단견이고 위험한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강경 기조를 거론하면서 "이제 무기 경쟁이 있을 것이다. 동북아에서의 핵무기 경쟁"이라며 "일본인들은 미국을 믿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임 오바마 정부에서 '전략적 인내' 기조의 대북 정책을 주도했던 클린턴 전 장관은 과거 정부들의 북핵 정책이 완전히 실패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도 일축했다.
특히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의 외교적 해결론을 "시간 낭비"라고 지적한 데 대해 "나는 매우 불안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첫 번째 옵션이 "위협적인 군사 옵션"이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면서 "평화와 전쟁, 핵무기의 문제를 트윗으로 얘기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이 대통령의 처신하는 방식이라는 점을 안다"고 말했다.
아울러 "외교, 전쟁 예방, 억지력 창출은 더디고도 지난한 작업"이라며 "충동적인 사람들 또는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이들이 '우리는 여기까지야. 너하고 끝이야'라고 말하게 내버려둘 순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대북 정책 추진 과정에서 전략적 인내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성급하게 군사 행동을 거론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으로 읽힌다.
이 밖에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 합의 불인증 위협을 두고도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이번 인터뷰는 트럼프 대통령의 불인증 발표 전인 11일 녹화됐다.
클린턴 전 장관은 "이란이 합의를 잘 지키고 있다고 입증되는데도, 그렇게 하는 것은 미국을 우습고도 왜소하게 보이게 만드는 것이며 이란에 놀아나게끔 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불인증 결정은) 특별한 정세 속에서 기여하는 장점을 훼손할 뿐 아니라 미국의 약속은 유효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보내는 것"이라며 "미국에 이런저런 대통령이 있었지만, 이 유별한 대통령은 반드시 유지해야만 하는 미국의 입장과 협상 신뢰를 다 뒤집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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