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와 준PO 5차전 혈투 끝에 탈락…궂은 날씨에도 자리 지킨 '부산 갈매기'
(부산=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명감독 토미 라소다는 "1년 중 가장 슬픈 날은 야구 시즌이 끝나는 날"이라는 말을 남겼다.
그의 말대로라면, 올 시즌 목놓아 '롯데 자이언츠'를 부르짖었던 롯데 팬들에게는 10월 15일이 가장 슬픈 날이 됐을 터다.
롯데는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0-9로 패해 시리즈 전적 2승 3패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이날 사직구장에는 경기 내내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2만5천938명의 관중이 찾아 총 2만6천 석을 거의 가득 메웠다.
4회까지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경기는 5회 급격하게 기울었다.
롯데는 선발 박세웅을 시작으로 조정훈, 이명우까지 줄줄이 무너지며 한 이닝에 7점을 내줬다.
타선은 상대 선발 에릭 해커의 위력적인 투구에 가로막혀 이렇다 할 기회조차 만들지 못했다.
이미 점수는 0-9까지 벌어진 9회 말, 많은 관중이 구장을 떠난 가운데 적지 않은 롯데 팬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2017시즌 마지막 장면을 함께 했다.
10년 전부터 롯데를 응원하기 시작했다는 엄하나(29) 씨는 "야구는 9회 말 2아웃부터다. 경기가 끝나기 전까지 응원할 것"이라고 응원 봉을 흔들었다.
엄 씨는 "강민호 선수가 1차전에서 좋지 않았지만, 포수로 5경기 동안 제일 고생 많았다. 롯데 덕분에 올해 행복했다. 내년에는 더 좋은 성적 거둘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올해 롯데의 마지막 경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서울에서 네 가족과 함께 경기장을 찾았다는 이성면(42) 씨는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도 나와 같은 롯데 팬이다. 학교에서 친구들한테 '왜 야구 못하는 롯데 응원하느냐'고 놀림 받았던 아들이 올해는 너무 즐거워했다. 그게 올해 가장 큰 기쁨이었다. 여기서 탈락했지만, 우리 선수들에게 고맙다"며 미소 지었다.
이들의 간절한 바람을 뒤로 한 채, 롯데의 2017년 마지막 아웃카운트는 어김없이 채워졌다.
롯데 팬들은 허전한 마음을 가리려는 듯 옷깃을 여미며 애써 발걸음을 뗐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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