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전사지서 발견…"보살이 본존인 드문 사례, 매우 귀중한 자료"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강원도 양양 진전사지에서 6세기 후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금동삼존불이 나왔다.
이 불상은 높이가 8.7㎝로 성인 손바닥 크기에 불과하지만, 삼국시대 불상이 많지 않고 출토지가 명확하며 보존 상태가 양호하다는 점에서 국보급으로 평가된다.
문화재청은 양양군과 국강고고학연구소가 지난 7월부터 진전사지 삼층석탑(국보 제122호) 주변에서 진행한 발굴조사에서 석탑 북쪽에 묻혀 있던 삼국시대 금동보살삼존불입상(金銅菩薩三尊佛立像)을 찾아냈다고 16일 밝혔다.
이 불상은 불꽃무늬인 화염문이 있는 광배(光背·빛을 형상화한 불상 뒤쪽의 장식물)의 위쪽 일부와 받침대 역할을 하는 연꽃무늬 좌대가 조금 떨어져 나갔으나 보존 상태가 매우 좋은 편이다.
국립춘천박물관은 불상의 보존처리 과정에서 청동으로 보이는 이 불상의 재질이 금동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은 "삼국시대 불상이 100여 점밖에 안 되는데, 출토지가 확실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며 "비록 녹슨 상태이기는 하나 표정, 옷 주름, 문양이 잘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민 실장은 이어 "삼존불은 대개 명문을 남기는데, 이 불상에는 명문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며 "다소 거칠기도 하지만, 자유분방한 느낌도 든다"고 덧붙였다.
이 불상은 본존불을 중심에 두고 좌우에 보살을 배치하는 삼존불이지만, 본존불에 부처가 아닌 보살을 둔 점이 특징이다. 중심에 관음보살이 있고 양옆에는 본존불을 보좌하는 협시보살이 새겨져 있다.
관음보살의 머리와 몸에서 나오는 빛은 양각으로 표현됐고, 관음보살이 머리에 쓰고 있는 보관(寶冠) 위에 중생을 구제하기 위한 부처인 아미타 화불(化佛)이 있는 점이 독특하다.
아울러 관음보살은 다섯 손가락을 편 손을 가슴까지 올렸으며, 보살상이 입고 있는 천의(天衣)는 좌우로 퍼지는 형태로 조각됐다.
관음보살과 협시보살 사이에 구멍이 2개 뚫려 있는 점도 특징으로, 이러한 사례는 처음 확인됐다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이처럼 보살이 본존불인 삼국시대 삼존불로는 삼성미술관 리움에 있는 국보 제134호 금동보살삼존입상이 있다. 강원도 춘천에서 발굴된 것으로 알려진 이 불상도 높이는 8.8㎝에 불과한데, 보살을 중심으로 양쪽에 나한상이 있다.
다만 진전사지 삼존불이 어떤 나라에서 제작됐는지는 확실치 않다.
최성은 덕성여대 교수는 "이 불상은 실물로 보면 더욱 섬세하다"며 "삼존불은 석불이나 마애불과는 달리 들고 다닐 수 있기 때문에 만든 지역을 특정하기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곽동석 동양대 교수는 "천의 자락이 날카롭게 뻗친 모습을 보면 6세기 불상은 확실하다"며 "형식성을 중시해 제작한 불상이라는 생각도 든다"고 평가했다.
곽 교수는 "중국 난징(南京)에서 나온 6세기 초반 삼존불과 양식이 매우 유사하다"며 "부여 군수리에서 나온 금동보살입상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백제풍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럽게 주장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 불상은 6세기 불상인 국보 제85호인 금동신묘명삼존불입상, 국보 금동보살삼존입상과 표현이 유사한 측면이 있다"며 "세 가닥으로 올라간 보관, 옷 주름, 화불 등으로 미뤄볼 때 6세기에 만들어진 세련된 불상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주조 기법과 도금 방법은 추가 연구를 통해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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