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제츠 정치국 진입 가능성"…왕이·쑹타오, 외교 수장 오를 수도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북핵 위기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 공세 등에 시달리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4년 만에 외교 부총리를 부활시킬지 주목된다.
1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오는 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외교담당 국무위원의 중앙정치국 진입 및 부총리 승진 여부이다.
중국의 외교 수장인 양제츠는 아직 당 지도부인 25명의 정치국원에 포함되지 못했다. 4명의 부총리 중 외교담당 부총리도 없는 상태이다.
19차 당 대회 후 양제츠 국무위원이 당 정치국원으로 승진한다면 첸치천(錢其琛) 외교담당 부총리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외교 수장에게 실권이 주어짐을 의미한다고 SCMP는 분석했다.
첸치천은 1988년부터 1998년까지 외교부장을 지낸 뒤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의 집권 기간인 1993년부터 2003년까지 외교담당 부총리를 지냈다. 이 기간 그는 당 정치국원으로서 외교 사령탑 역할을 했다.
외교담당 부총리로서 그는 1991년 중·소 국경협정 서명, 1992년 한·중 수교, 1997년 홍콩 주권 반환, 1999년 마카오 반환 등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양제츠의 선임자인 탕자쉬안(唐家璇)과 다이빙궈(戴秉國) 전 국무위원은 당 정치국에 진출하지 못했다. 이는 외교 수장의 격이 한 단계 낮아졌음을 의미한다.
양제츠의 정치국 진입 여부는 중국 외교의 앞날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중요 사안이라고 SCMP는 분석했다.
당의 실질적인 정책 결정 기구인 정치국에 진입할 경우 양제츠는 베이징의 외교 관료를 대변해 외교 정책 결정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지금처럼 당 중앙이 외교 정책의 실권을 거머쥔 채, 외교 관료들은 당의 들러리 역할만을 계속할 수밖에 없게 된다.
중국을 둘러싼 국제 정세로 미뤄볼 때 외교담당 부총리의 부활 가능성은 무르익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전직 영국 외교관인 케리 브라운 런던 킹스칼리지 교수는 "파리 협약, 일대일로 프로젝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 시 주석이 외교 분야에서 쌓은 업적에 비춰볼 때 이제 정치국에 진입해 더 높은 지위를 갖춘 외교 수장이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는 것이 이치에 맞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제츠 국무위원이 오랜 기간 대미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미국통이라는 점에서 그의 외교 부총리 중용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고 SCMP는 분석했다.
양제츠 국무위원은 오랜 기간 주미 중국대사를 지냈으며,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아들 부시 전 대통령 모두와 각별한 인연을 맺었다.
북핵 문제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공세 속에서 미·중 관계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그의 이러한 경력이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양제츠 국무위원이 19차 당 대회 후 물러나고, 왕이(王毅) 외교부장이나 시 주석의 측근인 쑹타오(宋濤) 당 대외연락부장이 외교 수장 자리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SCMP는 전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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