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뇌전증학회 "진료 차질 없도록 내년 신경과 전공의 배정 늘려야"
복지부 "결국 돈 문제…'전공의' 아니라 '전문의' 채용 늘리면 돼"
(서울=연합뉴스) 김민수 기자 = 치매·뇌졸중·파킨슨병·뇌전증 환자를 돌보는 우리나라 대학병원 신경과 전공의가 외국보다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의료계와 보건복지부가 전혀 상반된 시각으로 해결책을 찾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대한뇌전증학회를 중심으로 한 주요 대학병원 신경과 교수들은 16일 공동 성명을 내고, 내년도 신경과 전공의 배정 인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명서에 따르면 1천 병상을 기준으로 했을 때 현재 우리나라의 전공의 확보율(1.5명 미만)은 미국(12~13명)·인도(12명)·일본(5~10명)·이탈리아(5명)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다.
특히 의료계는 내년도 신경과 전공의 배정 인원이 더 줄어든다는 점에 우려감을 나타냈다.
삼성서울병원·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가나다순)의 신경과 전공의 모집 정원이 올해 3명에서 내년 2명으로 각각 1명씩 줄어드는 등 전체 신경과 전공의 배정 인원이 총 88명에서 82명으로 감축될 예정이다.
중앙대병원·성빈센트병원·건양대병원·고신대병원·국립중앙의료원·삼성창원병원·원광대산본병원 등 일부 병원들은 내년 신경과 전공의를 아예 1명도 배정받지 못했다.
홍승봉 뇌전증학회 회장은 "신경과 전공의 수면실태를 보면 수면 부족·업무과다로 전체 전공의 약 39%가 월 1∼2회 진료 중 실수를 하고 있다"며 "응급실에 뇌졸중 등 분초를 다투는 신경과 환자들이 계속 몰려드는 상황에서 신규 전공의 배정 인원을 더 줄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복지부의 전공의 감원 정책에 전국 각지에 있는 수련병원 신경과 과장들이 모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며 "치매 환자의 국가 책임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전공의 배정 인원을 외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의과대학을 갓 졸업하고 의사면허를 취득한 인원과 전공의 선발 인원을 맞추려면 감축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지난 2013년부터 전공의 감축 정책을 펼치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의사면허 취득자(약 3천200명), 전공의 선발 인원(약 4천명)이 차이를 보이면서 내과 등 인기 있는 일부 진료과에 지원자가 대거 쏠리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공의 감축은 신규 의사면허 취득자가 특정 진료과에 편중되지 않고, 고르게 지원할 수 있도록 취한 조치"라며 "의료계 주장대로 환자를 돌볼 인원이 없으면 전공의가 아니라 이미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의사를 더 채용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홍 회장은 "가뜩이나 저수가 문제로 의료계가 병원 경영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데 정부가 이런 식으로 정책을 운용하면 안 된다"며 "복지부 주장처럼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신규 전문의를 대거 채용할 여력이 있는 의료기관은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k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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