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 발생한 은하 특성 밝히고 '킬로노바' 현상 확인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17일 45개국 국제공동연구진이 발표한 '중성자별 충돌' 관측 연구에서 우리나라 과학자들은 이 현상의 전모를 밝히는 데 큰 기여를 했다.
과학자 수로 보면 이 연구에 참여한 3천500여명 중 한국 과학자는 100분의 1에 불과했지만, 이들의 역할은 단순히 비율로 따질 수 없을만큼 컸다.
올해 8월 17일 밤 라이고와 비르고 연구단의 중력파 관측시설로 중성자별 한 쌍의 충돌이 검출되고, 그 직후 2∼4초간 미국 항공우주국(NASA)가 운영하는 페르미-인티그랄(Fermi-INTEGRAL) 감마선 폭발 현상이 관측된 데 이어 전세계 곳곳에 흩어진 연구진은 후속 신호를 추적해 관측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중력파 관측시설 3곳, 지상 천문관측시설 70곳, 우주공간에 설치된 우주망원경 7대 등 다양한 관측 수단을 동원한 종합적 연구결과를 요약하고 연구 과정을 설명한 '애스트로피지컬 저널 레터즈'(ApJL) 논문의 저자 목록은 자그마치 29페이지나 된다.
45개국 900여 기관, 50여개 연구그룹에 소속돼 이번 연구에 참여한 3천500여명의 이름과 소속을 모두 밝혔기 때문이다.
이 중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 한국천문연구원, 서울대 초기우주천체연구단과 협동 연구진, 성균관대 등 국내 기관에 소속된 저자는 38명이다.
한국 연구진은 이번 중성자별 충돌이 발생한 'NGC 4993' 은하의 특성을 규명하는 데에 핵심 역할을 했다. 이들은 이 은하가 지구에서 약 1억3천만 광년 떨어진 곳에 있으며, 짧은 감마선 폭발을 일으키는 중성자별 충돌이 일어날만한 환경을 갖췄음을 밝혔다.
이 논문은 천체물리학 권위지인 '애스트로피지컬 저널 레터즈'(ApJL)에 실렸으며, 저자 12명 중 제1저자 겸 교신저자인 임명신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를 포함한 11명이 한국 학자였다.
별의 밝기와 색깔 변화를 추적해 이번 중성자별 충돌로 '킬로노바'라는 현상이 발생했음을 확인하는 데에도 한국 과학자들이 큰 역할을 했다. 우리 우주에 있는 금과 백금 등 무거운 귀금속의 대부분은 이 현상을 거쳐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이 논문 저자 34명 중 9명이 서울대와 천문연구원 등에 소속된 우리나라 과학자들이었으며, 이 중 임명신 교수와 서울대 초기우주천체연구단 이성국 박사는 주요 저자로 참여했다.
이외에 중력파 관측 결과의 분석에도 국가수리과학연구소 등 여러 기관에 소속된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 등의 연구자들이 참여했다.
서울대 초기우주천체연구단장인 임 교수는 "2018년 하반기부터 라이고와 비르고 관측기가 3차 관측에 들어가면서 상시적 중력파 검출을 시작하고, 일본의 '카그라' 중력파 검출기도 2018년 3월에 가동에 들어가면서 앞으로 중력파와 다른 관측 수단을 함께 이용하는 '다중신호 천문학'이 본격적으로 가동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런 전망에 대비해 국내에서도 '초전도 저주파 중력파망원경'(SOGRO·소그로) 연구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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