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한 쿠르츠 "정해지지 않았다"…극우 자유당 "표심 읽어야" 압박
70만표 부재자 투표 개표 시작…17일 최종 결과 나올 듯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오스트리아 총선에서 중도우파 국민당이 제1당이 되고 극우 자유당과 사민당이 비슷한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기싸움이 시작됐다.
국민당을 이끈 제바스티안 쿠르츠(31) 당 대표는 15일(현지시간)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고 승리가 확실해진 뒤에도 연정은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각 당 대표가 출연한 TV 프로그램에서 "자유당이 될지 사민당이 될지 정해진 건 없다"며 "우리는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국민당, 자유당이 연정을 꾸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쿠르츠는 협상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듯 "여러 옵션이 존재한다"며 신중했다.
반면 하인츠 크리스티안 슈트라헤 자유당 대표는 선거 결과를 두고 "위대한 승리"라며 "변화를 갈망하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자유당은 잠정 집계 결과 27.4%의 득표율로 국민당에 이어 제2당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제1당인 중도좌파 사민당은 26.7%의 득표율로 제3당으로 내려앉았다.
70만 표에 이르는 부자재 투표의 개표가 16일 시작되기 때문에 최종 결과에서는 자유당과 사민당의 순위가 바뀔 수도 있다.
언론들은 어느 쪽과도 손을 잡을 수 있는 극우 자유당이 '킹메이커'가 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선거 전 연립정부를 구성했던 사민당과 국민당이 난민정책, 복지, 세금 문제를 놓고 충돌한 데다 선거 캠페인 기간에는 쿠르츠를 비방하는 '가짜뉴스'를 만드는 데 사민당 관계자들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양측의 갈등은 깊어졌다.
AFP통신은 두 당의 화해가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쿠르츠가 연정을 깨고 조기 총선을 주도한 만큼 사민당과 '대연정'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슈트라헤 자유당 대표가 "위대한 승리"라고 언급한 것은 쿠르츠를 압박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우파, 극우 정당의 득표율이 절반을 넘긴 만큼 국민당이 적절한 지분을 양보하고 자유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신호를 준 셈이다.
쿠르츠는 나치 부역자들이 설립한 자유당과 연정을 꾸렸을 때 유럽연합(EU)이나 이스라엘 등의 외교적 압박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2000년 양당이 연정을 꾸렸을 때는 실제로 EU가 경제 제재에 나서고 이스라엘이 반발하는 등 파동이 있었다.
이번에는 양당이 연정하더라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쿠르츠로서는 선뜻 자유당과 손을 잡기도 불편한 상황이다.
반면 사민당이 전격적으로 자유당과 손을 잡고 국민당을 야당으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다.
2000년 총선 때 사민당은 1위를 했지만, 동석을 확보한 국민당과 자유당이 연정하면서 정부 구성에서 배제된 적이 있다.
사민당 내에서는 극우 정당과 연정은 '금기사항'이지만 사민당을 이끄는 크리스티안 케른 총리는 캠페인 기간에 제1당이 되지 못하면 극우 정당과도 연정할 수 있다는 언급을 하기도 했다.
국민당이나 사민당이 녹색당, 네오스 등 군소정당과 연정을 하는 방안은 현실적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하기가 어려워 실현 가능성이 낮다.
오스트리아 총선 최종 개표 결과는 16일 부재자 투표 집계 후 17일 오전에 나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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