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캄보디아에서 반미감정이 갈수록 높아지자 중국 기업들이 그 틈새를 파고들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6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캄보디아를 32년째 장기 통치하는 훈센 총리는 최근 국영 매체 '프레시 뉴스' 등을 통해 "미국 정부가 나와 여당인 캄보디아인민당(CPP)을 몰아내고자 획책하고 있다"며 각종 음모론을 쏟아내고 있다.
캄보디아 정부는 지난달 3일 캄보디아 제1야당인 캄보디아구국당(CNRP) 켐 소카 대표를 미국의 지원 아래 반역을 꾀하고 있다는 혐의로 체포하기도 했다.
같은 달 13일 미 국무부가 미국 내에서 범죄를 일으킨 이들의 캄보디아 송환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캄보디아 외교관리에 대한 비자 발급을 중단하자 캄보디아 내 반미감정은 더욱 거세졌다.
바로 다음 날 훈센 총리는 베트남전 기간 캄보디아에서 숨진 미 군인들의 유해 수색을 위한 미국과의 협력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캄보디아에 파견된 미 평화봉사단의 철수까지 요구했다.
그는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발생한 총기 참사를 '운명의 장난'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캄보디아 내 미국인의 안전을 염려하다던 미국이 정작 자국 내 국민의 안전도 지키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캄보디아와 미국의 교역액은 30억 달러(약 3조4천억원)에 달하며, 미국인 관광객 24만여 명이 캄보디아를 방문했다. 의류를 중심으로 한 캄보디아 수출 물량의 21% 이상은 미국으로 향한다.
미국-아세안사업협의회(USABC)는 최근 회원들에게 서한을 보내 "캄보디아 정치인들과 정부 관료들은 총선이 예정된 내년 7월까지 미국과 거리를 두려는 모습을 보이고, 평소보다 훨씬 강경한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기업들이 이처럼 신중한 태도를 보이지만 중국 기업들은 캄보디아에서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 가면 중국 건설기업들이 진행하는 공사 현장을 어디서든 볼 수 있다. 지방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광산, 도로, 교량, 수력 발전 등 각종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다.
한 중국 기업은 캄보디아 해안의 20% 이상에 대한 개발권을 확보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캄보디아에 대해 군복, 자동차, 군 장비 및 훈련시설 차관 등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중국 기업들이 캄보디아에 투자하고 대출한 금액은 거의 50억 달러(약 5조6천억원)로, 이 기간 캄보디아 전체 투자액의 70%를 차지한다. 중국은 현재 캄보디아의 최대 투자국이다.
이에 캄보디아는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에서 중국의 방어막 역할을 하는 것으로 화답하고 있다.
지난 7월 아세안의 남중국해 관련 공동선언문 채택과 관련해, 캄보디아는 10개 회원국 중 유일하게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적극적으로 중국을 옹호했다.
미국 옥시덴털 대학의 소팔 이어 국제정치학 교수는 "미국과 달리 중국은 자기 앞에 인권 문제라는 거울을 가져다 놓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적의 적은 나의 친구라는 생각으로 중국은 캄보디아에 대한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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