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훈 감독 "음악으로 받은 치유 관객에게 돌려주고 싶었다"

입력 2017-10-16 20:27   수정 2017-10-16 20:29

민병훈 감독 "음악으로 받은 치유 관객에게 돌려주고 싶었다"

부산국제영화제서 피아니스트 김선욱 주연 '황제' 선보여





(부산=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2012년 영화 '터치'를 극장에서 개봉하면서 상처를 많이 받았는데 당시 우연히 김선욱의 피아노 공연을 보고 치유를 흠뻑 받았어요. 그때 받은 저의 경험을 관객들에게 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 '황제'를 선보인 민병욱 감독은 16일 가진 인터뷰에서 작품을 만들게 된 배경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당시 극장에서 '터치'를 조기에 내릴 수밖에 없었어요. 술로도, 종교로도 허한 감정을 채울 수 없었는데 우연히 공연장에서 김선욱과 서울시향의 '황제' 협연을 보고 감정이 온전히 치유되는 느낌을 받았죠. 그때 제가 치유 받은 것을 영화로 만들어 관객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민 감독의 15번째 작품인 '황제'는 절망감에 빠져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는 젊은 남녀 3명이 음악을 통해 치유받는다는 내용의 영화다. 김 감독에게 치유의 경험을 선사한 김선욱이 영화 속 주인공으로도 출연해 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았다.

영화에는 생과 이별하려는 젊은 남녀 3명뿐 아니라 정체를 알 수 없는 교복 차림의 소녀 캐릭터도 등장한다. 이 소녀는 세월호 희생자인 어린 학생들을 생각하며 만든 캐릭터라고 민 감독은 설명했다. 영화에는 세월호를 상징하는 듯한 바다 위의 배 한 척이 물살을 가르는 수중 촬영 장면도 나온다.

그는 "처음 영화 제작 당시에는 이런 내용이 없었지만, 세월호 사건이 터진 후 한 번쯤은 이 아이들에게 작별인사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추가 촬영을 했다"고 말했다.

민 감독은 영화제 개막 전 이 영화를 극장에서 개봉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예술영화가 설 자리가 없는 국내 극장가에서 '황제'를 개봉하는 것은 무모한 선택이라는 판단에서다. 극장 개봉 대신 영화를 원하는 관객을 직접 찾아가겠다는 그의 계획이다. 그는 "자유롭기 위해서 그런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극장 개봉을 하게 되면 선택의 폭이 오히려 좁아집니다. '황제' 같은 영화는 조조 시간대나 심야시간대를 배정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극장에서 보고 싶어하는 분들이 볼 수 없는 환경이에요. 그렇다면 저 스스로 길을 찾아 관객들과 독자적으로 만나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극장을 포기하니 선택의 자유는 넓어지고 영화의 존엄성이 확대된 상태에서 관객과 만날 수 있게 됐습니다."

민 감독은 지난 12일 열린 영화제 개막식에서 사과를 들고 레드카펫에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다이빙벨' 상영 문제로 침해된 영화제의 자율성 확보와 서병수 부산시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의미에서다.

그는 "정치인의 외압으로 인한 영화제의 위기는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사과를 할 사람은 빨리 사과를 하고 영화의 자율성을 찾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hisunn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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