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프로야구 플레이오프에서 맞대결하는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주전 유격수 손시헌(37)과 김재호(32)의 인연은 특별하다.
둘은 두산에서 오랜 기간 한솥밥을 먹으며 주전 경쟁을 벌였다.
5살 연상인 손시헌이 대학(동의대)을 거쳐 1년 먼저인 2003년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172㎝의 작은 체구 때문에 외면받던 손시헌은 그해 육성 선수로 두산에 입단했다.
하지만 김경문 당시 두산 감독의 눈에 띄면서 이듬해 곧바로 주전 유격수로 발돋움했다. '연습생 신화'였다.
손시헌이 주전으로 성장한 2004년, 고졸 신인 김재호가 두산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다.
김재호는 손시헌과 달리 고교 시절부터 차세대 대형 유격수로 주목받았다. 김재호가 손시헌의 뒤를 이을 두산의 유격수라는 점은 분명했다.
그러나 손시헌의 기량이 만개하면서 김재호는 많은 기회를 얻지 못했다.
김재호는 손시헌이 군 복무하던 2008년 112경기에 나오며 빛을 보는 듯했지만, 손시헌 제대 이후인 2009년 80경기, 2010년 83경기로 다시 출전 기회가 줄었다.
2011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손시헌은 타격 부진이 길어지거나 잔 부상에 시달리면서 벤치를 지키는 날이 늘었다.
2004년부터 군 복무 기간을 제외한 매년 120경기 이상에 나선 손시헌은 2011년 92경기에 모습을 드러내는 데 그쳤다.
김재호는 점점 출전 기회가 늘었다. 구단 안팎에서는 손시헌이 30대에 접어든 점을 고려해 김재호를 본격적으로 키우는 과정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손시헌은 2013년을 마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고, 김경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신생 구단 NC 다이노스가 손을 내밀었다.
손시헌과 NC는 4년간 30억원에 계약했다.
이후 김재호와 손시헌은 각각 두산과 NC 주전 유격수로서 내야 사령관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김재호는 국가대표로도 잇따라 발탁되며 명성을 날렸다.
유격수는 워낙 수비 비중이 큰 포지션이지만, 둘은 타석에서도 곧잘 3할대 타율을 기록하며 공격에 큰 힘을 보탰다.
올해는 김재호가 부침을 겪었지만, 손시헌은 승승장구했다.
부상에 시달린 김재호는 91경기에서 타율 0.293(283타수 83안타)을 기록했고, 손시헌은 124경기에서 타율 0.350(349타수 122안타)의 맹타를 휘둘렀다.
두산에서는 김재호가 자리를 비운 사이 류지혁(23)이라는 내야수가 성장했다.
17일 시작하는 플레이오프에서도 김재호는 선발 출전하기에는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아 대수비 등으로 나설 예정이다.
손시헌과 김재호의 대결, 더 나아가 이들의 '두산 유격수 계보'를 이을 류지혁의 활약은 플레이오프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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