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BIS 비율, '직전 분기말'이 타당"…금융위가 '3년 평균'으로 뒤집어
박용진 "억지춘향식 끼워맞추기, 감사 청구"…최흥식 "금융위가 그런 걸 어쩌겠나"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금융감독원이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대주주 우리은행[000030]에 대해 "대주주 자격이 없다"는 의견을 냈으나, 금융위원회가 이를 뒤집고 인가한 것으로 17일 드러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당시 금융위와 금감원이 주고받은 자료를 이날 공개했다. 금감원이 우리은행의 케이뱅크 대주주 적격성에 대해 사실상 부적격이라는 의견을 금융위에 전달했다는 게 요지다.
금융위의 의견 제시 요구에 금감원은 "은행 인가 시 대주주 재무건전성 요건 중 '업종의 재무건전성에 관한 기준의 평균치 이상'의 의미는 '1설'과 '2설'이 있다"고 전제했다.
1설은 요건의 도입 취지, 해당 금융회사의 경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무건전성이 평균 수준 이상인지를 판단한다는 것이다. 금융위의 의견이 1설이었다.
금융위는 "인가는 '침익적 행정 처분'이 아니므로 금융당국이 인정 신청자의 신청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2설은 최근 분기 말 총자본비율·기본자본비율·보통주자본비율이 모두 (산술) 평균치 이상인지, 즉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직전 분기 말 기준으로 따진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2설을 제기하면서 "은행법 시행령상 한 문장인 '은행의 재무건전성 기준'의 의미를 최저요건과 업종 평균요건을 구분해 별도로 해석하는 것은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2003년 외환은행의 한도 초과 보유 주주인 수출입은행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최근 분기 말을 기준으로 BIS 비율을 심사했다"며 "그동안의 심사사례나 시장참가자들의 관행을 고려할 때 직전 분기 말 기준이 합당하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업종 평균 재무건전성으로 단일 기준만 인정해 동일한 기준으로 심사하는 게 인가 심사의 명확성 측면에 부합한다"며 "그 기준을 게속 유지하는 게 인가 신청자들의 예측 가능성도 높인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의 이 같은 의견은 금융위가 은행법 시행령에 대해 유권해석을 내리기 전 법령해석심의위원회에 안건으로 올라갔다.
심의위원 7명 중 6명이 금융위의 유권해석에 찬성했다는 게 기존 금융위의 설명이었지만, 3명의 '조건부 찬성'을 고려하면 사실상 4대 3의 반대 우세였다는 반론이 전날 제기됐다.
박 의원은 "최대주주인 우리은행 BIS 비율이 (직전 분기 말 기준에) 못 미쳤다. 그런데도 3년 평균치로 확대해석했다. 누가 봐도 억지춘향격 끼워 맞추기"라며 "금감원의 의견을 금융위가 묵살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우리은행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금융위의 유권해석도 존중해야 한다"며 "금융위가 판단·결정한 것을 저희가 어떡하겠느냐"고 답변했다.
최 원장은 "저희 역할은 실무적 판단·심사였고, 최종적인 법률 유권해석은 금융위가 하는 것"이라며 "저희는 (부적격이라고) 합리적 판단을 했지만, 그 내용에 대한 금융위의 유권해석이 (반대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금융위의 케이뱅크 인가 결정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청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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