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다 재밌는 음악다큐 '스코어:영화음악의 모든 것'

입력 2017-10-17 10:11   수정 2017-10-17 11:02

영화보다 재밌는 음악다큐 '스코어:영화음악의 모든 것'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영화음악이 마치 인장처럼 뇌리에 남는 작품들이 있다. '죠스'(1975)의 '빠밤! 빠밤!'이나 '록키'의 '빠바밤∼ 빠바밤∼' 등이 대표적이다. 음악이 나오면 영화도 저절로 떠오른다. 영화음악가들은 음악이 영화 속 조연이 아니라 "심장이자 영혼"이라고 말한다.

19일 개봉하는 '스코어:영화음악의 모든 것'은 제목 그대로 영화음악 입문서 같은 다큐멘터리다. 고전부터 최근작까지 50편이 넘는 할리우드 영화 속 음악의 탄생과 비하인드 스토리가 생생한 인터뷰와 함께 담겼다.

'죠스' 'E.T' '스타워즈'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존 윌리엄스, '다크 나이트' '인셉션' '인터스텔라' '덩케르크'의 한스 치머, '반지의 제왕' '호빗' 시리즈의 하워드 쇼, '가위손' '찰리와 초콜릿 공장' '어벤져스'의 대니 엘프만 등 할리우드 영화음악계를 대표하는 거장들이 총출동한다.





우선 시대에 따른 영화음악의 변천사를 볼 수 있다. 무성영화 시절에는 영사기 소음을 가리기 위해 극장 한가운데 오르간을 설치해놓고 연주자가 직접 연주했다. 지금은 오케스트라와 디지털 사운드뿐만 아니라 다양한 실험적인 악기, 혹은 새로운 장치를 고안해 음악을 만들어낸다.

이 다큐는 산 정상에 피아노 한 대가 놓여있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로건', '설국열차' '월드Z'의 영화음악 작곡가 마르코 벨트라미가 영화 속 바람의 역할이 크다는 점에 착안해 바람과 함께 연주하는 방법을 고안해낸 것이다. 산 밑에는 대형 통을 세워 정상에 놓인 피아노와 여러 줄의 와이어로 연결했다. 산 위에서 건반을 치면 선율은 와이어를 타고 협곡 아래까지 전해져 메아리치며 맑고 깊은 소리를 낸다.

영화 '매드맥스:분노의 도로'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은 톰 홀켄버그는 7개월간의 작업을 거쳐 음악을 완성했다. 심장을 울릴 정도로 전투적이고 공격적인 분위기의 음악을 표현하기 위해 독특한 드럼을 만들었다.








다양한 영화음악 기법도 담겨있다. 팝송의 훅(Hook)처럼 핵심이 되는 몇 음을 다양하게 변주해 극의 하이라이트부터 엔딩까지 사용하는 방법도 인상적이다. '반지의 제왕:반지원정대' 속 음악처럼 멜로디는 같지만, 크게 울려 퍼지는지, 아니면 낮게 깔리는지 등에 따라 감정선도 달라진다.

이외에도 원하는 소리를 만들기 위해 폐교회를 개조해 녹음 스튜디오를 만들거나, 60달러짜리 장난감 피아노와 칼람바, 드렐라이어 등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악기를 수집해 사용하는 음악가들의 모습도 흥미롭다.

사실 영화음악 작업은 엄청난 스트레스 속에서 이뤄진다. 천재적인 작곡가들조차 '마감 시간'을 앞두고 머리를 쥐어뜯는다. 21세기 할리우드를 이끄는 최고의 영화음악 거장인 한스 치머도 "(영화의) 제작단가가 높을수록 제작사에서 '모든 것은 여기(영화음악)에 달려있다'며 겁을 준다"고 웃으며 토로했다.







이 다큐를 보고 나면 영화를 귀로 듣는 또 하나의 즐거움을 알게 된다. 그래서 영화 속에 등장하는 작품들을 다시 찾아보고 싶은 유혹을 느끼게 된다. 영화광이던 미국 방송사 CBS의 다큐 PD 매트 슈레이더 감독이 회사까지 그만두고, 영화음악 관계자 약 60명을 수백 시간 넘게 인터뷰해 다큐멘터리를 완성했다.





fusion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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